미국에서 총으로 극단 선택을 시도해 얼굴이 손상됐던 남성이 안면 이식 수술을 받고 10년 만에 제2의 삶을 살게 됐다.
미국 CNN 등 현지 매체는 기증자의 조직으로 얼굴 85%를 이식해 새 얼굴을 갖게 된 데릭 파프(30)를 조명했다.
미시간주 하버 비치 출신의 데릭은 학업 성적도 뛰어나고 풋볼팀 주장까지 맡은 대학생이었다. 그는 2014년 3월 5일 밤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다. 자신의 머리에 산탄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데릭을 구한 건 아버지 제리 파프였다. 집안 총기 보관함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한 제리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집 주변을 살폈고, 차고 옆 눈더미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아들을 발견했다. 데릭은 병원으로 급히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데릭은 의식은 되찾았으나 그날 밤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믿었다. 얼굴도 총상으로 심각하게 손상됐다. 코, 입술, 치아, 이마의 일부를 잃었다. 후각은 상실했으며 코로 숨을 쉬거나 미소를 짓고, 눈을 깜빡이는 일도 불가능했다. 음식을 씹고 삼키기도 튜브를 통해 먹었다. 데릭은 이후 58차례에 걸쳐 안면 재건 수술을 받았으나 한계가 있었다. 코, 턱, 치아, 눈꺼풀과 이마뼈 일부가 없었고 씹거나 말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에게 남은 선택은 안면 이식 수술이었다. 안면 이식 수술은 얼굴의 일부 또는 전체를 잃은 사람에게 뇌사자의 코와 입술, 눈 주변 등의 피부를 기증받아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기증자의 이마부터 턱까지 절개해 피부 아래 혈관, 신경, 근육 등을 함께 분리한 뒤 안면을 이식받을 환자의 혈관, 신경, 근육과 차례로 이어주는 고난도 수술이다.
데릭의 수술은 미네소타주 메이요 클리닉이 맡기로 했다. 의료진은 3D 프린팅 기술과 디지털을 통해 가상 수술을 하며 뼈의 어느 부분을 어떤 각도로 절개할 지까지 정확히 계획했다. 기증자와 데릭의 얼굴 신경을 정밀하게 연결해 데릭이 웃음을 지을 때 그 신경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도록 했다. 수술 계획을 세우고 연습하는 데만 9개월 넘게 걸렸다고 한다.
지난 2월 기증자가 나타나면서 데릭에게 기회가 생겼다. 수술은 50시간 이상 걸렸으며 투입된 의료진만 80명이 넘었다. 이식 부위는 이마 일부, 코, 광대뼈, 치아, 상·하악, 눈꺼풀, 입, 얼굴 근육, 얼굴과 목의 피부를 포함했다. 의료진은 미세수술 기술을 이용해 기증자의 눈물 배출 시스템까지 이식해 데릭의 눈물이 코로 정상 배출되도록 했다.
현재 데릭의 얼굴은 기증자의 조직을 통해 약 85%가 재건됐다. 얼굴 구조와 기능 역시 상당부분 회복된 상태다. 이 수술 덕분에 데릭은 10년 만에 코로 숨을 쉴 수 있게 됐고 기쁨, 웃음, 슬픔, 실망 등 얼굴로 감정 표현이 가능해졌다.
병원은 데릭이 수술 이후 한 달 동안 자신의 새 얼굴을 볼 수 없도록 했다. 카메라, 휴대전화, 아이패드를 빼앗았고 욕실 거울을 가렸다. 이 기간 그는 회복하며 정신과 상담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데릭은 지난 3월 5일 거울로 새로 생긴 얼굴을 마주했다. 극단 선택을 시도했던 날로부터 정확히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데릭은 이식 후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정기적인 운동과 언어치료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된 데릭은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기로 했다. 데릭은 “아마 이유가 있어서 살게된 것 같다”며 자살 예방 캠페인에 적극 나서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