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덮친 차량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타이슨 라미레즈./ KING5

미국에서 ‘폭탄 사이클론’ 영향으로 나무가 쓰러지면서 주행 중이던 현대차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은 파손됐지만 운전자는 어느 한 군데 다치지 않고 멀쩡히 탈출했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지역 방송 KING-TV에 따르면, 지난 19일 시애틀 북부 레이크시티 지역 35번가에서 차도 옆 나무가 주행 중이던 파란색 현대차를 덮쳤다. 운전자인 타이슨 라미레즈는 내리막길을 따라 차를 몰다 나무가 자신의 차 방향으로 넘어지는 것을 목격했고, 이 충격에 대비해 의자에 구부정하게 기대앉았다고 한다.

그의 예상대로 거대한 나무는 차 지붕 위로 쓰러졌다. 라미레즈는 사고 이후 차 밖으로 탈출하려고 했으나 거대한 나무가 운전석과 조수석 문을 짓누르고 있어 문을 열기 어려웠다고 한다. 사고를 목격한 행인들은 꼼짝없이 차 안에 갇혀 있는 그에게 다가왔고, 911에 구조 요청을 했다. 일부 행인들은 그가 차 안에 갇혀 있는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연락을 받은 라미레즈의 부모도 사고 현장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는 구조대가 올 때까지 차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90분간 기다려야 했다. 이후 도착한 구조대원들이 나무를 치우고 문을 떼어낸 후에야 라미레즈는 차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미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폭탄 사이클론'의 영향으로 쓰러진 나무가 자동차를 덮쳐 파손된 현장./ KING5·고펀드미

그는 “차에서 나온 뒤 부모님을 꽉 안았다. 그날 밤 무사히 집으로 갈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며 “충격적인 사고였지만, 갇혀 있는 동안에도 제가 다치지 않고 무사하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방송은 현대차라고는 밝혔으나 어떤 차종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워싱턴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라미레즈는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이런 사연을 올렸다. 그는 이 사고로 긁힌 자국도 없이 살아나왔지만 차가 완전히 망가져 새 차를 사야 된다며 5000달러를 목표로 모금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폭탄 사이클론으로 불린 강력한 폭풍우로 미국 서북부 지역에서는 2명이 숨지고 수십만 가구가 정전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시애틀에선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주택과 도로를 덮치면서 시애틀의 노숙자 야영지에 있던 50대 여성 1명이 사망했다. 시애틀 동쪽의 벨뷰 카운티에서도 전날 나무가 주택 위로 쓰러져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 1명이 숨졌다. CNN은 이번 폭탄 사이클론이 10년에 1번 정도 발생하는 강력한 폭풍우로 기록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