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누적 확진자가 62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응책으로 ‘집단 면역’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집단 면역은 인구 중 충분한 수가 감염되고 면역력을 얻도록 해 바이러스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 시각) 전·현직 관리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 의료 고문이 코로나 대응 전략으로 집단 면역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출신의 스콧 아틀라스 박사다. 신경방사선 전문가인 그는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의료 고문으로 백악관에 들어왔다.
아틀라스 박사는 이와 관련된 WP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WP 보도 이후 백악관을 통해 “백악관 내에 집단 감염을 달성해야 한다는 방침은 없다”며 “저도, 트럼프 대통령도 그런 정책을 추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알리사 파라 백악관 전략공보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 치료와 백신을 통해 코로나를 퇴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의료고문은 집단면역 옹호
WP는 “백악관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단 면역에 대한 질문하긴 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집단 면역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젊은 연령대는 다시 직장에 나가고, 학교 수업도 재개해 위대한 미국이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틀라스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코로나 대응법을 놓고 대립했던 앤서니 파우치 미국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을 언급하며 스스로 ‘반(反) 파우치’라고 했다고 WP는 전했다. 아틀라스는 지난 7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감염돼도 문제가 없다. (집단 감염을) 이해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며 “건강한 사람까지 고립시켜놓으면 항체 형성을 방해해 (코로나) 사태만 장기화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서 집단 감염 시행하면 최대 213만명 사망”
‘집단 면역’이 백악관에서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을 놓고 정부 안팎의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적게는 수십만명, 많게는 수백만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는 비관 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WP는 미국에서 집단 감염이 시행될 경우 최대 213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인구 3억2800만명 가운데 65%가 코로나에 감염되고,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1%로 가정한 것이다.
집단 감염 전략이 실패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는 이들도 있다.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이) 요양원에 머물더라도, 한 번 지역사회에 확산하기 시작하면 모든 곳에 퍼진다”며 “우리는 몇 번이나 (이를) 반복해서 목격했다”고 했다. 존스홉킨스의대의 스튜어트 레이 교수도 “집단 면역은 코로나 사망과 장애만 늘릴 수 있어 피해야 할 전략”이라며 “효과적인 치료법이 나오지 않는 이상 적용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집단감염 선택했던 스웨덴은 실패 인정
올해 초 코로나 대응책으로 집단 면역을 선택했던 스웨덴은 백기를 들었다. 스웨덴은 코로나 확산에도 이동 금지령이나 식당 등의 영업 금지령을 내리지 않았다. 학교도 고등학교 이상만 수업을 중단했을 뿐,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학생들을 계속 등교시켰다.
스웨덴의 실험은 실패했다. 스웨덴에서는 5월까지 이웃 국가인 노르웨이와 핀란드가 합해서 600명이 안 되는 사망자를 기록할 동안 45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왔다. 당시 코로나 확진자는 4만1000여 명. 하지만 항체 형성률은 7.3%에 불과했다.
스웨덴 정부는 6월 기자회견을 통해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