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일명 ‘쿼드(Quad·4각 협력체)’를 공식 국제기구로 만들 뜻을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31일(현지 시각) 화상 회의로 열린 미국·인도 전략적 파트너십 포럼에서 쿼드와 관련한 질문에 “인도·태평양에서 우리의 공유된 이익과 가치를 반영하는 새로운 기구를 창설하는 것은 어느 대통령에게나 큰 성취일 것”이라며 “쿼드 4국으로 시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출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쿼드에 대해 “중국을 견제하는 이니셔티브로만 정의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 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쿼드 플러스‘를 공식화하려는 시도가 있겠는가”란 질문을 받고 “미국적 관점에서는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쿼드 플러스’는 쿼드 4국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를 더한 7국을 지칭한다. 한국 등이 곧바로 동참하기는 어려우리라 전망한 셈이다.
이어 비건 부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엔 사실 강력한 다자 구조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같은 견고함을 지닌 것이 전혀 없다”면서 “이(쿼드 플러스)와 같은 구조를 공식화하자는 제안이 어느 시점에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그런 이니셔티브였다고 생각하지만 TPP는 너무 큰 의욕의 무게로 무너졌기 때문에 그런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그러면서 “쿼드로 시작하는 것, 4국으로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출발”이라고 말했다. 우선은 미국·일본·호주·인도 간의 4자 협력부터 공식 제도화하겠다는 의미다. 비건 부장관은 “그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두 번째 임기, 혹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다음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에 본격 검토해볼 만한 일”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쿼드가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의 나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비건 부장관은 “너무 큰 의욕을 갖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면서도 “출범 당시 나토 회원국은 12곳이었지만 오늘날 27국이다. 작게 시작해서 회원국을 늘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역내 더 많은 국가를 끌어들기 위해서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긍정적인 의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 맺은 관계를 고려해 쿼드 참여에는 뜨뜻미지근한 편이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계된 쿼드 구상을 처음 국제사회에 제시한 사람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측면도 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