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 미국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각종 ‘바닥 민심 지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바짝 추격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미 전역에서 일어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약탈·폭동으로 변질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법·질서 수호’ 논리가 부동층 유권자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각) 최근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계속되는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찾아 현지 인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건 국내 테러”라며 “폭력을 멈추려면 급진 이데올로기와 맞서야 한다”고 했다. 커노샤에선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세 아들 앞에서 경찰 총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한 후 인종차별과 경찰 과잉 대응에 항의하는 폭력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전날엔 “폭도는 바이든 편”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이날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 유세에서 “트럼프가 혼란과 폭력을 부채질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두 사람의 충돌 와중에 바닥 민심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트럼프와 바이든에 대한 도박사들의 베팅률이 같아졌다. 미국에선 정치 베팅이 불법이라 외국 스포츠 도박 회사나 가상 화폐 거래소 등으로 우회해 매일 각 후보에게 판돈을 거는데, 이 베팅률이 여론 지지율 조사보다 바닥 민심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 보니 미 정계도 이 지표를 중요하게 여긴다.
여론 종합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2일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에 대한 외국 도박 회사 7곳의 베팅률 평균이 50.2%로, 트럼프 베팅률(49.7%)과 거의 비슷해졌다. 트럼프는 지난 5월까지 이 베팅률에서 앞섰지만, 6월 초부터 코로나와 인종차별 시위 대응 논란 속에 바이든에게 역전됐다. 그러나 트럼프 베팅률은 폭력 시위가 도마에 오른 8월부터 회복됐다.
투자은행 JP모건은 1일 투자자들에게 “트럼프 지지 동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승리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P모건은 “과거 민주당을 지지하는 평화 시위는 민주당 지지율을 2~3%포인트 올렸지만, 폭력적인 민주당 지지 시위는 공화당 지지율을 2~8%포인트 올렸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서점가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내용이든 그의 추문을 폭로하는 책이든 나왔다 하면 수백만부씩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공식 여론 지지율도 트럼프 회복세가 뚜렷하다. 현재 전국 지지율 평균은 바이든 49.6%, 트럼프 43.4%로, 6.2%포인트 차이다. 하지만 대선 향방을 가를 경합주 6곳의 지지율은 48.0% 대 45.4%로 2.6%포인트 차 접전이다.
미 언론들은 경합주의 부동층 유권자들, 특히 안정을 바라는 교외 중산층이 인종차별 시위대의 폭동을 보면서 트럼프에게 급속히 기울고 있다고 전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이 흑인 표심을 의식해 조기에 폭력 시위와 선을 긋지 못해, 트럼프의 ‘폭도=바이든 편’ 프레임에 말려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