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주미대사가 “한·미 동맹의 미래 모습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며 “중국이 최대 무역 파트너란 사실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첨예한 미·중 갈등 속에 연일 동맹국들의 지지를 요청하고 있는 미국에 선을 긋는 발언을 주미대사가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이 대사는 3일(현지 시각) 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가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한반도의 운명,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이라고 했다. 이어 “한·미 동맹의 미래 모습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 미국은 우리의 동맹인 반면 중국은 우리의 역내 최대 무역 파트너란 사실이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이 대사는 또 “우리는 안보 측면에서 (한·미) 동맹에 기대고 있다. 경제 협력 측면에서는 중국에 기대고 있다”면서 “안보만으로 한 국가를 존속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활동도 안보만큼 중요하다”며 “안보와 경제가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미국 편만을 들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연일 동맹국의 지지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데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일(현지 시각) “호주, 일본, 한국 같은 다른 나라들이 (중국에 맞서는 데 있어) 우리에게 동참하는 것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주미대사가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공개 반박해 버리는 모양새가 됐다.
이 대사는 지난 6월에도 “이제는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당시 미 국무부는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며 이 대사의 말을 반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미 동맹이 깊은 곤경에 처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 대사는 “한·미의 견해가 다르면 문제라고들 하는데 그런 것들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국 간 협상이나 협의의 의제일 뿐”이라면서 “우리는 평화롭게 협상할 수 있다. 그러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