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해안 전역에서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는 대낮에도 조명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어두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9일(현지 시각) CNN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서부 해안에 이어지는 3개 주인 캘리포니아주와 오리건주, 워싱턴주에서 40여 건의 대형산불이 동시적으로 일어났다. 기록적인 폭염과 강한 바람 속에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에서 발생한 산불들로 수백만에이커의 땅이 불탔고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강풍으로 인해 산불이 크게 확산하면서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리어에서는 연기와 재로 인해 햇빛이 가려져 도시 전체가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이에 대낮에도 차량들은 전조등을 켜고 주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CNN은 마치 화성의 한 장면같다고 했다. 또 뉴욕타임스(NYT)는 지역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샌프란시스코의 상황이 마치 ‘핵겨울(Nuclear winter)’ 같다고 했다. 핵겨울이란 핵이 폭발했을 때 발생한 재와 먼지가 햇빛을 가려 주변이 기온이 내려가고 어두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선 오전 10시 45분에도 자욱한 연기 때문에 햇빛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새벽같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이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뒤 깜깜한 하늘을 보고 아직도 밤이라고 생각했다고 BBC는 전했다. 지역 주민 캐서린 기슬린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인터뷰에서 “마치 지구의 종말처럼 느꼈다”고 했다.
UCLA대 기후과학 교수인 대니얼 스웨인은 트위터에서 짙은 연기로 인해 북부 캘리포니아에 햇빛이 거의 차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에린 드메리트 샌프란시스코 공기질 위원회 대변인은 “공기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한동안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