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로이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 /오종찬 기자 조선일보DB

미국의 제재에 직면한 중국 IT 기업 텐센트(중국명 텅쉰)가 미 의회에서 대중 압박을 강하게 주장하며, 중국 ‘저승사자’ 역할을 했던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을 로비스트로 고용했다.

9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텐센트는 미국 외교 거물인 로이스 전 위원장과 다섯 명의 다른 의회 보좌관 출신들을 로비스트로 고용했다. 미국 정부가 텐센트의 채팅 앱인 ‘위챗’(중국명 웨이신)을 사용 금지하려고 하자 이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스를 포함한 로비스트들은 ‘브라운스타인 하얏트 파버 슈렉’이란 로비회사에 소속돼 있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엔 “위험성이 높고 전통적인 해법이 통하지 않을 때 우리의 경험과 정치적 인맥이 결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적혀 있다.

로이스 전 위원장은 1992년부터 26년간 캘리포니아주 연방하원의원으로 일했고, 2013년부터 6년간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을 당시 강한 대북 압박을 주장하며 2017년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공상은행 등 12개 중국은행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러시아·이란 등 미국의 적대 국가와 거래하는 기업과 단체를 제재하는 ‘미국의 적에 대응하는 제재 법안(CAATSA)’도 발의해 2017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 법은 사실상 중국의 기업과 단체를 겨냥한 법이었다.

로이스는 대만과도 가깝다. 그는 대만의 국제적 지위를 강화하는 법률을 입법하기도 했다고 SCMP는 전했다. 로이스의 아내 마리는 국무부에서 교육·문화담당 차관보로 일하고 있고, 2018년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 신청사 준공식에 미국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텐센트가 로이스를 로비스트로 고용한 이유는 위챗이 미국에서 사용 금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사는 중국인을 포함해 1000만명 이상이 미국에서 위챗을 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미국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위챗의 모회사인 텐센트와의 거래를 45일 이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