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외교장관이 9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주최로 17국 외교장관들이 참여한 화상회의에서 공개 충돌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화상회의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했다. EAS 회의는 아세안 10국과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인도⋅호주⋅뉴질랜드 등 17국이 참여하는 다자 회의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회의에서 “남중국해에서 중국 공산당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몇몇 아세안 국가, (또 다른) 여러 국가와 미국은 의견을 같이한다”고 했다. 또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2016년 국제 중재 재판소 결정을 언급하며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불법”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등을 거론하며 “(이에) 우려를 표시하는 여러 국가와 뜻을 같이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미국이야말로 남중국해 군사화의 가장 큰 원동력이자 평화를 해치는 위험 요소”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미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비행기 3000대와 군함 60여척을 보내 남중국해에서 무력을 과시했다”며 “미국의 이런 행위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겨냥한 듯 “EAS 회의는 다른 나라의 정치제도를 공격하는 무대가 돼서는 안 된다”며 “홍콩 등은 중국의 내정이며 내정 불간섭은 국제 관계의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왕 부장은 또 “한 나라의 정치제도가 좋은지는 다른 나라 정부나 정치인이 아니라 그 나라 국민에게 가장 큰 발언권이 있다”며 “모든 국제 여론조사의 결과, 중국의 집권당과 정부에 대한 중국인의 지지도는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파산한 전체주의 신봉자”라고 규정하고 “중국 공산당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중국인만의 임무일 수 없다”며 각국에 반중(反中) 전선 동참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