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센터장이 농담삼아 북한 김정은에게 “담배는 몸에 좋지 않다”고 말하자,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깜짝 놀라 얼어붙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이 오는 15일(현지시각) 출간하는 백악관 뒷얘기를 다룬 책 ‘격노’를 본지가 13일 미리 입수해 살펴 본 내용에 이 같은 에피소드가 들어있었다.
지난 2018년 5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다음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1차 미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은 미국 대표단 일행을 불렀다. 이 자리엔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 그리고 김여정, 김영철이 나와있었다. 어느 시점엔가 김정은이 갑자기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고, 김 센터장은 그저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담배는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센터장의 발언에 김영철과 김여정은 얼어붙어 거의 마비된 것 같은 상태로 김정은의 어떤 반응을 하는지만 기다렸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왜냐하면 누구도 북한 지도자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분위기를 푼 것은 리설주였다. 리설주는 “그 말이 맞다”며 “나도 남편에게 흡연이 몸에 좋지 않다고 말해왔다”고 했다.
방북 당시 마련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코스요리는 그치지 않고 나왔다. 이 자리가 김정은이 폼페이오 일행을 초청했던 자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날 북한측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하룻밤 더 머물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폼페이오는 “우리는 해가 뜰 때 왔으니, 해가 질 때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녁 식사는 질질 끌었고 폼페이오는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 리스트를 넘겨달라고 요구했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폼페이오는 결국 “우리는 떠나겠다”고 했다. 그러자 북한은 몇시간 동안 폼페이오가 탄 비행기 출발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끌다가 미 대표단 일행을 보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