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15일 기준으로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간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판세 예측을 섣불리 하기 힘들 정도다. 특히 바이든은 지지율에선 앞서지만 최근 트럼프에 추격을 당하면서 현역 대통령인 트럼프가 짜놓은 선거 이슈 프레임을 뒤늦게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진보 진영 내에선 바이든을 ‘우(右) 클릭 한다’고 비난, 그를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보수 매체 폭스뉴스가 13일(현지 시각) 발표한 전국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바이든은 51%, 트럼프는 46%를 기록했다.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 대응 책임론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난 6월 폭스의 같은 조사에서 바이든이 12%포인트 앞섰는데, 7월 조사에서 8%포인트로 줄더니 이번에 5%포인트로 좁혀졌다.
최근 다른 전국 조사에서 바이든은 ‘코로나 대응을 더 잘할 것이다’ ‘인종차별 문제를 잘 해결할 것’이란 긍정적 여론 평가 속에 평균 7%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점점 바짝 따라붙는 양상이다.
대선 키를 쥔 경합 주는 더욱 접전이다. 뉴욕타임스는 13일 미시간·펜실베이니아 등 핵심 경합 주 민심이 요동치면서 전망을 어렵게 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바로 전날 미네소타·위스콘신 등 4개 경합 주 조사에서 바이든이 평균 6%포인트 차로 앞섰다고 했지만, 현장을 다녀온 기자들은 이날 “상황을 단정하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여론 분석 매체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그간 ‘민주당 약간 우세’로 분류했던 플로리다주를 ‘경합 주’로, ‘민주당 우세’로 봤던 네바다를 ‘민주당 약간 우세’로 각각 조정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경합 주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바이든이 핵심 정책 이슈에서 트럼프의 입장에 가깝게 따라가는 모습이 확연히 눈에 띈다. 바이든이 아직 지지율 우위에 있지만 부동층과 중도층 표심을 좌우할 여론 선점 경쟁은 트럼프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12일 LA에서 경찰 2명이 괴한의 총격으로 중태에 빠진 사건을 두고 바이든이 이례적으로 “범죄자는 반드시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성명을 즉각 낸 것이다. 바이든은 그간 인종차별 반대 시위인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대에 온정적이고 이들의 경찰을 향한 폭력엔 침묵하며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트럼프는 처음부터 ‘법·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바이든을 “폭도와 한편”이라고 비난했다. 이 이슈에서 중도·보수층 표심이 트럼프 쪽으로 움직이자 바이든도 법과 질서를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는 LA 사건에 대해서도 “총격범은 매 맞아야 할 동물” “경찰이 죽으면 살인자도 사형시켜야 한다”고 과격한 말을 쏟아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전매특허처럼 된 대중(對中) 강경책도 수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중 무역 전쟁과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 제재 등의 업적을 내세우면서, 부통령 시절 미중 협력을 주도한 바이든을 “중국의 꼭두각시” “베이징 바이든”이라고 비난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미국의 대중(對中) 정서가 악화된 현실을 인정, 바이든이 트럼프와 같은 대중 적대시 정책으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캠프 관계자는 “중국의 위협만큼은 트럼프가 정확히 봤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바이든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인 미시간을 찾아 “외국으로 나가는 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겠다”면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이란 세제 공약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트럼프의 ‘바이 아메리카’를 빼다박았다는 말이 나왔다.
바이든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좌파 진영 대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불만을 터뜨렸다. 민주당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경쟁하다 바이든을 지지했던 샌더스는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좀 더 진보적이고 공격적인 캠페인을 하지 않으면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공개 경고했다. 트럼프에 끌려다니며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지 말고 선명성 경쟁을 하라는 취지다. USA투데이는 “바이든이 중도층을 잡으려다 트럼프에게 수동적으로 끌려간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는 13일 대선 격전지인 네바다주 헨더슨시에서 약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실내 유세를 벌였다. 50명 이상이 참석하는 모임·행사를 금지하는 네바다주의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행사를 강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