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별세 하루 만인 19일(현지 시각) 미 공화·민주 양당은 후임 대법관 ‘인준 전쟁’에 들어갔다. 대선을 6주 앞두고 대법관 후임 지명이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긴즈버그 후임 지명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우리는 아주 빨리 후보 지명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며 “후보자는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전날 성명에서 “공화당은 다수당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에 대한 임명 지지를 약속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후임 대법관 지명을 서두르는 것은, ‘진보의 대모’라고 불리는 긴즈버그 후임으로 보수 성향 대법관이 들어오면 보수 5, 진보 4인 현재 미 대법원의 이념 구도가 보수 6, 진보 3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의 경우 대규모 우편투표로 인한 부정 선거 논란 등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보수가 대법원을 장악할 경우 선거로 인한 각종 소송에서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총력 저지’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만일 공화당이 인준을 강행한다면 모든 것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도 “다음 대법관은 대선 이후 새 대통령이 선임해야 한다”고 했다.
공영 라디오 NPR은 긴즈버그 대법관이 최근 손녀에게 “나의 가장 강렬한 소망은 새 대통령 취임 때까지 내가 교체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도 “차기 대법관은 11월 선거에서 당선되는 대통령이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임명을 막을 방법은 없다. 대법관 임명은 대통령 지명과 상원 인준을 거쳐 이뤄지는데, 과반 의석이면 된다. 현재 상원 100석 중 공화당이 53석을 차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진보 언론들은 공화당의 모습이 전형적인 말 바꾸기라고 비판했다. 2016년 2월 보수 성향의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사망했을 때, 당시 상원 다수당이던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대선 이후 대법관을 임명해야 한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 투표를 무산시켰다. 진보 성향 대법관 후보자 임명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매코널은 이번엔 후임 대법관 임명을 대선 전에 하겠다며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 대법관 후보로는 아이티에서 입양한 두 아이를 포함해 자녀를 모두 7명 둔 낙태 반대론자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등법원 판사가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배럿 판사는 2018년에도 대법관 후보로 거론됐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배럿은 긴즈버그를 대비해 남겨놓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