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를 자처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2017년 연방소득세로 매년 750달러(약 88만원)밖에 내지 않았다는 뉴욕타임스(NYT)의 지난 27일(현지 시각) 보도가 큰 파장을 일으키며 “폭탄(bombshell) 기사”로 불리고 있다.
28일 AP통신은 트럼프의 세금 납부에 대한 기사가 올해 NYT 보도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까지 이 기사와 관련된 글 420만건이 소셜미디어에 게재됐다는 것이다. 또 NYT 보도를 소개한 다른 언론사 기사를 포함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기사 10건 중 7건이 트럼프의 납세 실적에 관한 것이었다고 한다.
AP통신은 특히 이번 보도가 미시간·위스콘신·애리조나·마이애미·미네소타 등 경합주 언론사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며 “미니애폴리스 스타트리뷴의 기사에는 1400건 넘는 댓글이 달렸다”고 했다. 트위터에는 트럼프의 납세 실적과 관련된 글이 시간당 수천 건씩 게재됐다.
일부 유권자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트럼프의 소득세와 같은 금액인 750달러를 기부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2017년 트럼프에게 해임당한 프릿 바라라 전 뉴욕남부지검 검사장이 NYT 보도 직후 트위터에 “750달러를 조 바이든에게 기부하기 좋을 때라고 생각했다”는 글과 함께 ‘바이든 빅토리 펀드’에 750달러를 기부한 영수증을 게시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 글을 읽은 다른 사람들은 “나는 750달러는 없지만 대신 조(바이든)에게 7.5달러(약 8800원)를 투자할 수 있다” “나는 75달러(8만8000원)는 할 수 있다”며 동참하기 시작했다. 28일 저녁엔 바이든 후보도 트위터에 “7.5달러, 75달러든 750달러든 모든 기부는 이 마지막 경주에 큰 차이를 만든다. 우리가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끌어낼 수 있도록 갹출해 달라”고 썼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세금 문제는 최악의 시기에 왔다”며 “첫 대선 토론(현지 시각 29일)을 하루 앞둔 바이든에게 강력한 무기를 쥐여줬다”고 분석했다. 당초 트럼프는 바이든의 차남 헌터가 과거 아버지의 부통령직을 이용해 외국에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공격할 계획이었지만 자신의 세금 문제가 터진 상황에서 바이든 가족을 ‘워싱턴D.C.의 적폐들’로 몰아가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NYT 보도에는 트럼프가 취임 후에도 외국에서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미국에 낸 소득세보다 많은 세금을 필리핀 등에 납부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것이 “국가 안보 문제”라고 했다.
트럼프는 NYT가 “불법적으로 정보를 취득했다”며 “나는 수백만 달러를 세금으로 냈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감가상각과 세액공제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이날 트위터에 썼다. 그러나 한때 트럼프의 측근이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은 폴리티코에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이 그(트럼프)의 정치적 경력에 죽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