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일 오후 6시20분쯤 검은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 백악관 잔디밭에서 엄지 손가락을 취재진에게 들어보이고 있다. 코로나 확진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용 헬기를 타고 인근 군병원으로 이송됐다. /AFP 연합뉴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오후 전용 헬기를 타고 군 병원으로 가 입원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 병원에서 “며칠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당국자들을 인용해 대통령이 미열과 기침, 코막힘 증상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74세의 고령임을 감안할 때 상태가 나빠져 향후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을 떠나 메릴랜드 월터 리드 군병원에 도착해 전용헬기에서 내리고있다./UPI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20분쯤 백악관 잔디밭에 대기 중이던 전용 헬기를 타고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의 월터 리드 군병원으로 이동했다. 검은 마스크를 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거나 간단하게 손을 흔들었지만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지는 않았다. 다른 백악관 참모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다. CNN은 “백악관에서 이렇게 많은 참모들이 마스크를 쓴 것은 처음 봤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결 후 겁을 먹었다(spooked). 하룻밤 사이에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면서 (백악관 내에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병원으로 이송 중 트위터에 18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리고 “엄청난 지지에 감사한다”며 “나는 월터 리드 병원에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일이 해결되도록 할 것”이라며 영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에 대해서도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병원 이송은 “예방적 조처”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에서 업무를 볼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 관리도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을 했지만, 권한을 부통령에게 이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입원중에도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고 백악관에서 자각격리에 들어간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2일 군병원으로 이송되기전 올린 18초 짜리 영상메시지/ 트럼프 미국대통령 트위터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급한 상황에 빠질 경우 응급처치 등을 위해 음압병실 등이 갖춰져있는 군사병원으로 이송을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도 백악관에도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상당한 수준의 의료장비가 있지만, 병원으로 가는 것은 고령을 감안해 혹시 있을지 모르는 비상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는 이날 오후 배포한 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피로감이 남아 있지만 양호한 상태에 있다”며 예방적 조처로 리제네론사(社)의 항체 약물과 아연, 비타민 D, 멜라토닌, 아스피린 등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리제네론은 생명공학 회사로, 현재 코로나 항체약물에 대한 3상 임상시험울 진행하고 있다고 CNN방송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전용헬기가 백악관을 이륙해 군병원으로 향하고있다./AP연합뉴스

주치의는 또 “(코로나에 걸린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가벼운 기침과 두통만이 있지만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나머지 가족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오늘 코로나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트윗을 통해 자신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확진 판정 사실을 알린 뒤 “우리는 격리와 회복 절차를 즉시 시작한다”며 “우리의 상태는 괜찮다”고 했다. 멜라니아 여사 역시 자신의 트윗에 “경미한 증상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상태는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