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의 한 상점 앞 도로. 물건을 사려고 마스크를 쓴 채 줄을 서 있다가 무심코 몇 발자국 앞을 내딛었다. 그러자 앞에 서있던 중년 여성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돌아보며 “죄송하지만”이라며 사회적 거리 지키기 표시선을 가리켰다. ‘다가오지 말라’는 것이다.
이날 뉴욕 시내에선 식당 내부를 열지 않고 야외 영업만 고수하는 식당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말부터 식당 수용 인원의 25%까지 내부 식사가 가능하도록 방역 수칙이 완화됐지만,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야외 영업만 하겠다는 것이다. 밖에서도 뉴요커들은 꼬박꼬박 마스크를 챙겨쓰는 모습이었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어린이들의 얼굴에도 일제히 마스크가 씌워졌다. 지난 6월 미국에 온 이래 현지인들이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이렇게 열심히 쓰는 모습은 처음 봤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이후 미국인들이 다시 초긴장에 빠진 게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구글 검색창에선 지난 6월 이래 코로나 관련 검색량이 크게 줄었다가, 4개월여만인 2일 오전 트럼프 관련 뉴스와 함께 코로나 증상과 예방법에 대한 검색이 확 늘고 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와 NBC 방송은 3일 “반년 넘은 코로나 방역 피로감에 느슨해졌던 미국인들에게 ‘트럼프 확진 쇼크’가 큰 경각심(wake-up call)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코로나 확산세가 둔화했던 여름이 지나면서 코로나 감염율이 높아지는 추세가 확연하다. 3일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미 24주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전주보다 10% 이상 늘었다.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인 뉴욕의 경우 지난 5월 이후 코로나 감염자가 계속 줄다가 지난 주말을 고비로 다시 늘기 시작했다. 여름에 1%를 밑돌던 양성 판정률이 10월 들어 1.3%대로 다시 늘었고, 2일엔 하루 확진자가 5월 이래 가장 많은 1731명이 쏟아졌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3일 “코로나 대확산은 끝나지 않았다.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의 코로나 확진 사태는 다시 높아진 코로나 감염력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독감 유행철이 시작되지도 않은 10월 초에 미국에서 4만명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는 것을 위험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가을·겨울에 지난 봄과 비슷한 대규모 코로나 확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