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입원 중이던 군병원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온 뒤 마스크를 벗고 엄치를 치켜올리며 기념 사진을 찍었다. 아직 코로나를 앓고 있는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서 마스크를 벗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변에는 백악관 전속 사진사와 경호원 등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에 CNN의 한 패널은 “경호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경호원들을 (바이러스로) 위협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당초 자신이 트위터를 밝힌 퇴원 시간 오후 6시 30분보다 9분쯤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병원 건물 입구에 서서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인 트럼프 대통령은 계단을 걸어 내려온 뒤, 기다리던 전용차량에 탑승했다. 이 차량에도 경호요원들이 탑승했다. 이어 다시 병원에 대기중이던 전용헬기 마린원에 탑승했고, 오후 6시55분쯤 백악관에 착륙했다.
이어 마린원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정문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에 이 계단으로 다니는 일은 드물다며 굳건함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NBC 뉴스는 평가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에 맞선 강인함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행동이 시작됐다. 건물 발코니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마스크를 벗어 상의 주머니에 넣은 것이다. 그는 카메라를 향해 또다시 엄치를 치켜올리고 떠나가는 마린원 헬기를 향해 경례를 하는 포즈를 취했다. 그러자 백악관 전속 사진사가 뛰어 올라가 트럼프 대통령 뒤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에 CNN의 앵커는 “사진사가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대통령의 주변에는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있기도 했다. 그러자 CNN의 한 패널은 “경호원들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통령으로부터 위협당하는 상황은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전용차량을 타고 병원 주변을 돌아 호된 비판을 받았다. 조지워싱턴대 재난의학과장인 제임스 필립스 교수는 트위터에 “대통령의 전용 차량은 방탄 기능이 있을 뿐 아니라 화학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밀폐돼 있다”며 “(트럼프의) 무책임이 놀랍다. 내 생각엔 (경호를 책임지는) 비밀 경호국이 (트럼프의 압박에) 강제적으로 한 것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경호원)은 (트럼프의) 정치적 연극 때문에 (코로나) 병에 걸리고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병원을 떠나기 전 올린 트윗에서도 “코로나를 두려워하지 말라. 그것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게 하지 말라”며 “우리는 트럼프 정부하에서 정말 대단한 약과 지식을 개발했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세계 최고의 의료진들로부터, 미국인 대부분이 이용할 수 없는 실험적 치료제를 처방받았다. 보통의 미국인은 코로나에 걸려도 해열제 하나로만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감염으로 배운 것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로 병원에 입원한 후에도 코로나를 하찮게 치부하고 있다고 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회복을 선거에 활용할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에린 페린 대변인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총사령관(대통령)으로서 경험이 있고 사업가로서도 경험이 있다. 또 개인으로서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운 경험도 있다”며 “이런 직접 경험은 조 바이든이 해보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후 코로나를 선거 캠페인에 활용할 것을 분명히 했다. 그는 복귀한 뒤 한 시간쯤 지나 2개의 영상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처음에 올린 37초 분량의 영상은 장엄한 배경음악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헬기를 타고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느린 화면으로 보여주며 마치 영웅이 귀환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떠나는 헬기를 향해 경례를 하는 포즈를 취한 것도 이 영상을 찍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올린 1분26초 분량의 영상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채 나와 의료진에 감사를 표하며 “나는 코로나에 대해 많이 배웠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코로나가 당신을 지배하게 두지 말라.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계 최고의 약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간지 이틀만에 자신의 몸이 훨씬 좋아갔다는 것을 강조하며 “모르겠지만, 나는 항체가 있을 수도 있다”며 “백신이 곧 나올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에서 건강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참모진은 이날 오전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퇴원하지 말라고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면서 퇴원을 주장했지만 참모들은 상태가 악화해 다시 입원할 경우 건강은 물론 선거전 차원에서도 더 나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