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 관련 고위 관리들이 의료진 집단을 만나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면역을 논의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집단면역은 집단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갖도록 하는 것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초기부터 대안 중 하나로 논의됐다. 하지만 집단면역을 실제로 시도한 스웨덴에서 초기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난점이 발견됐다.
더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의학 고문인 스콧 애틀러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의료진 집단과 만나 집단면역 방안을 논의했다. 마틴 컬도프 하버드대 교수, 수네트라 굽타 옥스퍼드대 교수, 제이 바타차랴 스탠퍼드대 교수 등 전염병 전문가 3명이 참석했다.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노인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면서 젊은 층에는 바이러스가 확산되도록 놔두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충분한 인구가 면역력을 갖게 되면서도 봉쇄령이나 기타 경제에의 악영향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컬도프 교수는 “좋은 토론이었다. 장관은 많은 질문을 했고 우리는 취약계층을 보호할 방법을 제안했다. 봉쇄령으로 코로나를 없애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백악관에서는 스콧 아틀라스 고문이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팀에 합류하면서 집단면역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아틀라스는 더힐에 보낸 이메일에서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학교를 정상 개학하는 것은 대통령의 정책이나 내 생각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집단면역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무분별하게 퍼지는 것이 불필요하게 사망자와 확진자, 입원 환자를 늘린다고 주장한다. 설령 취약계층을 따로 보호하더라도 피해가 클 것이란 전망이다.
윌리엄 하나지 하버드대 교수는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집단면역을 시도하는 것은 병원에 큰 무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인 앤서나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나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 예방책으로 마스크를 끼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꼽고 있다.
코로나 초기 집단면역을 시도한 스웨덴에서는 노인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방역 대신 노인들을 희생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7월 이후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확진자 숫자가 줄어들며 집단면역 실험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현재까지 스웨덴에서는 코로나 확진자 9만4000여명이 발생했고 이중 약 5900명이 숨졌다.
미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피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국가다. 740만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중 21만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