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첫 대선 토론에 참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코로나로 입원하면서, 트럼프 대선 캠프가 점점 더 위기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지지율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데 선거 캠프 선대본부장과 공화당의 전체 선거 전략을 조율하는 전국위원회(RNC) 의장도 코로나로 입원했다. 또 선거 자금 부족으로 TV 광고도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반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플로리다 방문 계획을 밝히는 등, 트럼프가 발이 묶인 틈을 타 경합주를 휘젓고 다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이 4일(현지 시각)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9%로 바이든 후보(53%)에게 14%포인트 뒤졌다. 이번 조사는 두 후보의 첫 TV 토론(지난달 29일) 직후인 지난달 30일~이달 1일에 실시됐다. 9월 13~16일 같은 조사에서 8%포인트 차였던 것을 감안하면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정치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도 지난 8월 말 6.3%포인트까지 좁혀졌다가 이날 8.1%포인트로 더 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일(현지 시각) 대선 경합주인 미시간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은 5일 격전지인 플로리다를 방문한다. /AFP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로 병원에 입원해 있고, 회복된다고 해도 바로 활동하기 쉽지 않다. 현재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증상이 나타난 뒤 적어도 10일, 길게는 20일까지 격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빌 스테피언 선대본부장과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도 코로나 확진을 받아 격리 중이다.

선거 유세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10월 들어 ‘지하실에 숨은 바이든’을 주제로 격전지를 돌며 대규모 유세를 할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를 이유로 대중 유세에 소극적인 바이든을 조롱하며 경합주를 다니며 바람몰이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확진 후 전부 중단됐다. 트럼프 캠프는 대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작전’이란 이름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이방카 트럼프 등 대통령 가족들이 전국을 도는 선거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대선 캠프가 현금 부족에 직면했다”고 했다. 미 공영방송 NPR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트럼프 대선 캠프는 13억달러를 모금했고, 바이든 캠프는 9억9000만달러를 모금했다. 얼핏 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금 여유가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전국에 사무실 280개를 만들어 대규모 조직을 운영 중이어서 자금 여유가 별로 없다. 반면 바이든 캠프는 전국 조직을 운영하지 않고 TV 광고와 온라인 홍보에 집중하고 있어 쌓아둔 실탄이 많다.

바이든 대선 캠프는 지난 9월에만 3억6500만달러를 추가로 모금해 한 달 정치 모금액 기록을 세웠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반면 트럼프 측은 9월 모금액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바이든보다 크게 모자라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지난 7월 24일부터 9월 11일까지 트럼프 캠프가 4400만달러를 TV 광고 등에 쓸 때, 바이든 캠프는 1억3000만달러를 썼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는 최근 자금 부족으로 경합주의 TV 광고를 철회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선 캠프가 혼돈에 빠진 상황에서 바이든은 경합주를 마음껏 누비고 있다. 바이든은 5일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를 찾을 예정이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사실이 알려진 지난 2일 경합주인 미시간을 방문했다. 다만 바이든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등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여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등 자칫 역풍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선 캠프 측은 트럼프가 확진 판결을 받은 직후 트럼프를 공격하는 광고는 모두 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