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각) 퇴원 후 백악관 발코니에 서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퇴원 하루 만에 코로나 추가 경기부양안 협상을 전격 중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지난 2일 코로나로 병원에 입원할 때도 증시가 문을 닫은 뒤에 갈 정도로 주가 변동에 민감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엔 장중에 트위터로 발표해 증시를 순식간에 2%포인트 가까이 주저 앉혔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심경에 변화가 있거나, 코로나에서 회복해 백악관으로 복귀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50분쯤 트위터에 “나는 협상팀에 (경기부양안) 협상을 대선 이후까지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며 “내가 승리한 즉시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과 소상공인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조4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민주당 주(州)를 지원하려는 것이지 코로나와는 상관없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1조6천억 달러의 아주 관대한 제안을 했는데도 펠로시 의장이 선의로 협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상원 공화당 지도부에 “나의 놀라운 연방대법관 지명자 에이미 코니 배럿 지명에 완전히 초점을 맞춰 달라고 요청했다”고도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전까지 S&P500지수는 전날보다 0.6%정도 오른 3429포인트까지 올랐지만, 트윗이 나온 후 순식간에 3360포인트대로 떨어졌고, 전날보다 1.4%(47.68포인트) 떨어진 3360.97로 마감했다. 사실상 트럼프 트윗으로 약 2%가 떨어진 셈이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75.88포인트(1.34%) 떨어진 2만7772.76에 거래를 마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77.88포인트(1.57%) 내린 1만1154.60에 장을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경기부양안 협상 중단을 트윗으로 발표하자 S&P500지수가 급락했다. /구글 캡처

그러나 이번 트윗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가 상승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꼽고 있어 그동안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결정은 장이 끝난 다음에 해왔다. 예를들어 지난 2일 코로나로 입원을 할 때도 증시가 마감된 뒤 병원으로 갔고, 과거 지난 2018년 9월 대중국 관세부과를 발표할 때도 증시가 끝난 뒤 발표했다. 반면 지난해 10월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사실은 장중에 공개해 다우지수를 500포인트 이상 폭등 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코로나의 영향을 축소하는 것도 증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한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협상 중단' 트윗은 코로나로 약해진 자신의 이미지를 강하게 포장하고 자신이 백악관에 복귀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일 수 있다. 또 배럿 지명자 인준으로 여론을 돌려 보수진영의 결집을 가져오려는 노림수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선거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공화당에는 큰 실수가 될 수 있다. 오는 11월3일 선거일에는 대통령 선거 뿐 아니라 상·하원 의원 선거 등 각종 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공화당 입장에선 협상 결렬을 선언해 증시를 폭락시키는 것보다는 협상을 형식적으로라도 끌고가는 것이 선거에 도움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협상중단에 대해 중도 성향의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엄청난 실책”이라고 했고, 공화당 소속 존 캐코 뉴욕주 연방하원의원도 “대통령에게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