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걸려 입원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원한 다음 날인 6일(현지 시각), 여야가 막판 조율 중이던 코로나 추가 경기 부양안 협상을 돌연 중단시켰다. 경기 회복 기대가 날아가버린 충격으로 미 증시는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50분쯤 트위터에 “협상 대표팀에게 (경기 부양안) 협상을 대선 이후까지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대선에 이기는 즉시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과 소상공인에게 초점을 맞춘 대규모 경기 부양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제시한 2조400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안에 대해 “제대로 운영도 안 되고 범죄율이 높은 민주당 주(州)를 지원하려는 것일 뿐 코로나와는 상관없다”며 협상 중단의 책임을 민주당에 넘겼다. 또 공화당 상원 지도부엔 “시간 끌지 말고 연방대법관 지명자 에이미 코니 배럿 지명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전날부터 경기 부양안 타결 기대감에 상승세였던 뉴욕 증시는 마감을 1시간여 앞두고 나온 이 트윗에 줄줄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1.34%, S&P 500지수는 1.40%, 나스닥 지수는 1.57% 하락 마감했다.
여야가 협상 중이던 경기 부양안은 경제 봉쇄로 타격을 입은 국민에게 1인당 1200달러 현금 지급, 실업수당 확대, 중소기업 지원 등을 골자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한 사흘 동안 재무부와 민주당 간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이런 협상 테이블을 트럼프가 뒤엎자 민주당은 “어려움에 처한 국민에게 ‘날 찍어야 돈 준다’고 협박하는 대선 인질극”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트윗은 트럼프의 평소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는 주가 상승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꼽고 있어 그동안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결정은 장이 끝난 다음에 해왔다. 주가 급락이 예상되는데도 장중 트윗을 날린 것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와병 중에도 국정 현안 장악력에 이상이 없음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야권에선 “트럼프가 투약한 스테로이드(덱타메타손) 부작용인 공격·불안 증세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날 오전 나온 CNN의 지지율 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57%, 트럼프 대통령 41%로 격차가 16%포인트로 더 벌어지자 트럼프가 격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추가 부양안에 제동을 건 것이 공화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이 비등하자 트럼프는 자신의 발언을 주워 담는 듯한 말을 했다. 그는 이날 밤 “내가 현금 지급안(1200달러)을 보내면 의회는 위대한 우리 국민에게 당장 보내야 한다. 난 당장에라도 (지급안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 듣고 있나? 낸시(펠로시 하원의장)”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