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문재인(우측부터)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한 김정은이 판문점 남측 지역 자유의 집을 나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결코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미 조야에 퍼지면서 결국 북한 정권 변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이 다시 워싱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모순이 내부에서 폭발하도록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정보유입을 늘리고 체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VOA에 따르면 미 전직 관리와 연구원들은 최근들어 민감한 ‘정권 교체’란 용어 대신 ‘정권 변화(regime transformation)’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군사력 등을 통한 급속하 개입이 아닌 최대압박과 정보 유입을 통한 장기적인 체제 변혁을 해법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이 방송에 “의도적인 정권 교체를 추진하기보다는 북한이 옛 소련처럼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확신 아래 북한을 계속 억제해야 한다”며 “역사는 한국과 민주주의, 그리고 모든 북한 주민을 위한 자유의 편에 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한반도 (분단) 상황은 인위적인 것으로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이 종식될 때 한반도를 비핵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연구원은 “비핵화로 가는 유일한 경로로 ‘정권 교체’가 아닌 ‘정권 변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 이 밖의 다른 해법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이 개념은 정권의 속성과 관계된 것이지, 김정은의 존속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했다. 그는 “북한 정권이 현재와 같은 상태로 유지되기는 매우 어렵다”며 “따라서 북한을 계속 압박하고 섣부른 구제책으로 그들이 자체 모순 속에서 살아남도록 도와선 안된다”고 했다.

물론 비핵화의 궁극적 해법은 북한의 정권교체와 남한 주도의 통일이란 의견도 많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북한) 정권 교체를 (미국이) 정책으로써 공개 발표하지는 않지만, 결국 정권 교체 정책이 유일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도 지난 2016년 5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핵심국가들이 북한의 급변사태와 쿠데타 등까지 생각하는 건 필수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내며 대북 협상을 주도했던 셔먼 전 차관의 ‘북한 붕괴’ 발언은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VOA는 전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 방송에 “한국 주도의 통일을 달성해 자유주의 헌법에 입각한 정부 형태 아래,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활기찬 안정적인 나라가 되는 것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인권 유린, 인류에 대한 범죄를 종식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 교체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에 새 지도부가 들어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VOA에 “한국 주도의 평화적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 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