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의 나이에 커밍아웃한 케네스 펠츠(오른쪽)와 딸 레베카 메이스. /케네스 펠츠 페이스북

미국의 90세 할아버지가 커밍아웃을 했다. 20대 시절인 1958년 만난 첫사랑을 잊지 못해서다. 그는 회고록을 쓰다 62년 전 첫사랑을 떠올렸고, 결국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혔다.

13일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덴버 외곽에 사는 케네스 펠츠(90)는 최근 페이스북에 동성애자의 상징인 무지개 후드티를 입은 사진을 내걸었다. “나는 자유롭다. 나는 게이다. 나는 커밍아웃했다”고 썼다.

그가 1세기(100년) 가까이 이성애자인 척하다 돌연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알린 것은 20대 시절인 1958년 만났던 첫사랑 필립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펠츠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집 밖에 제대로 나가지 못하며 자서전 집필에 전념했다. 이 와중 이혼한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외동딸 레베카 메이스에게 필립과의 사랑 이야기를 털어놨다.

펠츠의 딸인 레베카도 동성애자다. 레베카는 20년 전 펠츠에게 동성애자인 레즈비언임을 털어놓았지만, 펠츠는 당시 딸의 얘기를 들으면서도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펠츠는 “오랜 시간 자서전을 쓰며 필립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느꼈다”며 “딸은 이런 사실을 갑자기 듣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진실은 내 영혼 깊숙이 묻혔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해 ‘곧은’ 인격체를 선택했다”며 “게이임을 밝혔다면 나는 사회의 모든 경멸과 싸워야 했을 것이고, 변태나 성도착자로 낙인찍혔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이 동성애자를 흔쾌히 인정해주기 때문에 용기를 내야 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펠츠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필립을 회상했다. 최근에는 필립을 찾도록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필립은 2년 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펠츠는 페이스북에 자서전 가운데 필립에 대한 대목을 올리기도 했다. “우리의 가장 친밀한 순간을 회상하는 아픔은 쓰라린 눈물을, 마음을, 놓지 않고 타오르게 했다”며 “나는 지금 치유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함께 했던 멋진 시간을 회상하며 꽤 슬펐다.”

/케네스 펠츠 페이스북

펠츠는 1952년 미국 해군으로 6·25에 참전해 북한까지 진공하기도 했다. 그는 참전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 70년이 지난 지금에도 페이스북 첫 장에 해당 사진을 걸어놓고 있다.

펠츠의 커밍아웃 이후 곳곳에서 격려의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고 ABC 방송은 보도했다. 펠츠는 눈물을 흘리며 "완전히 압도적이었다며 “전국, 전세계 사람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이 오는 것이 너무 멋지다. 모든 사람에게 답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