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인 폴 밀그램 교수에게 노벨경제학상 수상을 알리기 위해 한밤 중 그의 집에 찾아간 로버트 윌슨 스탠퍼드대 교수. /트위터

사방이 캄캄한 한밤 중. 노신사 부부가 폐쇄회로(CC)TV 근처로 다가와 다급하게 초인종을 누른다. 여러 차례 초인종을 눌러도 집 안에서 응답하지 않자 다급하게 문을 노크하며 “폴”을 부른다. 문 밖의 노신사는 로버트 윌슨(83).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인 그는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윌슨이 초인종을 누른 집에는 제자인 폴 밀그롬(72)이 살고 있다. 윌슨과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그롬 역시 스탠퍼드대 교수다. 윌슨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을 알리기 위해 한밤 중에 ‘이웃사촌’ 밀그롬의 집에 찾아간 것이다.

윌슨의 ‘치열한’ 노력 덕에 밀그롬이 초인종 소리에 응답한다. 윌슨은 “나 윌슨이네, 자네가 노벨상을 받았다네”라고 한다. 그러면서 “노벨위원회가 당신에게 알리려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한다”고 했다. 윌슨 교수의 아내는 “우리가 당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고 한다. 밀그롬은 그제서야 자신의 휴대전화로 온 노벨위원회의 연락을 확인한 듯 “세상에, 저 (노벨상을) 받았어요”라고 했고, 윌슨의 아내는 웃음을 지으며 “전화 받을 수 있어요?”라고 한다.

밀그롬은 윌슨에게 전달받은 뒤 “왜 나만 받은 거죠?”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윌슨과 공동 수상한 것 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스탠퍼드대는 12일(현지 시각) 공식 트위터 계정에 밀그롬의 집 CCTV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 담긴 윌슨과 밀그롬의 노벨상 수상 직후 모습이다. 스탠퍼드대는 “노벨위원회가 밀그롬에게 수상 소식을 알리지 못했고, 공동수상자이자 이웃인 윌슨이 한밤 중에 밀그롬의 집을 노크했다”고 썼다.

밀그롬과 윌슨은 주파수 경매 방식을 고안하는 등 경매 이론을 연구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경매 이론을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새로운 경매 방식을 고안해냈다”며 “혁신적인 통찰로 라디오 주파수 등 전통적 방식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재화와 서비스 등을 위한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내는 공로를 세웠다”고 했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밀그롬 교수는 수상 직후 기자들과의 전화 회견에서 “여기는 엄청나게 이른 아침이다. (노벨상) 수상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윌슨이 집 문을 두드렸는데, 이상한 방식으로 수상 소식을 들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밀그램(왼쪽), 로버트 윌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