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니었으면 220만명 사망했다. 몇 주 안에 백신 나온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코로나 책임 있는 사람을 계속 대통령으로 둘 수 없다”(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마지막 TV토론이 22일(현지시각)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에서 열렸다. 지난달 29일 1차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바이든 후보의 답변 도중 수시로 끼어들어 토론이 난장판이 된 후, 이번엔 상대방 후보가 답변 중엔 마이크를 끄는 기능까지 도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난 토론의 역풍 때문인지 끼어들기를 자제했지만 수시로 손을 들고 고개를 흔들며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날 TV토론은 코로나 대응, 가족, 인종, 기후변화, 국가안보, 리더십 등 6개 주제로 15분씩 총 90분간 진행된다.
◇트럼프는 자식문제 공격, 바이든은 코로나로 되치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후보의 자식문제를 거론했고, 바이든은 트럼프의 코로나 대응을 놓고 되치기를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부통령 시절 아들 헌터가 아버지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와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세에서 “그들을 (감옥에) 가둬야 한다. 바이든 가족을 가둬라(Lock up the Bidens)”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헌터의 소유로 추정되는 노트북에서 이를 증명할 이메일 내용이 유출됐고 이를 미 연방수사국(FBI)가 입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바이든 후보는 지난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한 것을 거론하며 반박했다. 러시아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 아들은 중국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여기에 바이든은 미국의 코로나 사망자 수가 22만여명에 달하는 것을 거론하며 “이에 책임 있는 사람이 대통령을 해서는 안된다”며 맹공격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대해 자신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숨졌을 것이라며 “몇 주 안에 백신이 나올 것”이라며 “이건(코로나) 중국 탓”이라고 했다.
◇트럼프 “(김정은과) 좋은 관계로 전쟁 없었다” 말하자 바이든 “폭력배(thug)에 정당성 부여했다” 비판
사회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을 3번 만났고 아름다운 친서를 주고 받았는데 최근 북한은 초대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고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당선 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북한이 제일 문제라고 했고 전쟁이 있을 것이라고 암시했다”며 “나는 (북한과) 굉장히 좋은 관계를 갖고 있고 (김정은은) 다른 종류의 사람이지만 매우 좋은 관계로 전쟁이 없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서) 25마일 밖에 떨어지지 않은 서울엔 3200만명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인구는 현재 약 970만명이다.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 아래서 북한이 4차례나 핵실험을 했는데 지금 와서 당신이 어떻게 (북한을) 제어할 수 있나”란 사회자의 질문을 받았다. 바이든 후보는 “내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왜 계속 미사일 방어(MD) 체제를 우리 쪽으로 옮기고 한국과 군사 훈련을 하냐’고 물었다"며 “나는 ‘왜냐하면 북한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를 공격하지 못하게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바이든 후보는 “그(트럼프)는 (김정은이란) 폭력배(thug)를 좋은 친구(good buddy)라고 부르면서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현재 북한은 예전과 달리 미국 본토를 아주 쉽게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갖게 됐다”고 했다. 사회자가 “어떤 조건 하에서라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나”라고 묻자 바이든 후보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핵능력을 줄이겠다고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그들(오바마와 바이든)은 그(김정은)과 만나고 싶어했지만 김정은은 오바마를 좋아하지 않았다”며 “나는 지금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고 전쟁이 없었다”고 다시 주장했다. 바이든은 “그(김정은)가 우리와 만나지 않은 이유는 오바마가 ‘우리는 비핵화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우리는 당신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주 강력한 제재를 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코로나 음성 받고 TV토론…음소거 버튼도 등장
트럼프 캠프와 바이든 캠프는 이날 TV 토론을 앞두고 두 사람 모두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 대선토론위원회(CPD)는 두 후보가 토론회장에 도착하기 전에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1차 TV토론 참석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지 밝히기를 거부해 논란을 빚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 후 이틀가량 지난 뒤인 이달 2일 새벽 코로나19 확진 판정 사실을 공개해 토론 시점에 이미 코로나에 감염됐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왔다
여기에 이날 대선토론위원회는 후보들의 발언시간을 보장하려고 음소거 버튼을 준비했다. 6개 주제별 토론 첫 부분에 두 후보가 2분씩 자신의 정견을 먼저 발표하는데, 이 시간만큼은 상대 후보가 중간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CPD가 이 규칙을 마련한 것은 대선 TV토론 역사상 처음이다. 음소거 버튼 작동은 토론 진행자인 NBC방송의 크리스틴 웰커가 아니라 대선토론위원회의 직원이 담당한다.
이날 토론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사이에 투명 차단막인 플렉시 글라스도 설치된다. 지난 7일 부통령 후보 간 TV토론 때 등장했지만 대선 후보 토론에서 플렉스 글라스가 활용된 것은 처음이다. 방청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퇴장 조처된다. 1차 토론회 때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몇몇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방청석에 앉아 논란이 됐다. 트럼프 캠프는 음소거 버튼과 플렉시 글라스 설치에 모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