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투표 당일 어떤 회의도 없습니다” “우리는 유급 휴가 주고, 직장은 폐쇄합니다” “선거 법률 자문도 해줄게요”
미국 기업들이 올해 미 대선에서 직원들의 투표를 돕기 위해 내놓은 각종 지원책이다. 2000만명 이상의 유권자가 이미 사전 투표를 마치는 등 인종 차별·코로나 문제로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대선 열기가 치열하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 시각) 뜨거워진 선거판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난을 피하려 기업들이 직원들의 투표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JP모건체이스...줄줄이 선거일 유급 휴가 도입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19일 메모에서 대선 선거일(11월 3일)에 직원들에게 반일 유급 휴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직원들에 선거일 유급 휴가를 주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데이비드 솔로몬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이 안전한 투표라는 시민적 책무를 수행하고 싶은 이들에게 도전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며 “직원들에게 투표를 위한 유연성과 시간을 주려한다”고 전했다.
이에 질세라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도 지난 22일 직원들에게 선거일 유급 휴가가 가능하다고 통보했고, 미국 전통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대 3시간의 유급 휴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투표 지원 열기는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기업들에 직원 투표 지원을 호소하는 단체 ‘타임 투 보트(투표할 때다)’는 올해 1700개 이상 업체들의 참여 지원을 받았다. 2018년 페이팔 페이팔·아웃도어 브랜드 파나고니아 등이 설립한 이 단체는 최근 몇주 전까지 400개 기업 참여에 머물렀다. 보스턴 지역 7개 기업이 지난 7월 출범시킨 ‘민주주의를 위한 날’은 3달 만에 350개 이상의 업체들을 모집했다. 비영리 투표 장려 단체가 만든 ‘선거일’이라는 사이트는 800개 이상 업체들로부터 선거일 유급 휴가 서약을 받아내기도 했다.
미국 3대 은행 시티그룹과 의류 업체 갭·리바이스 등은 기존 선거일 유급 휴가를 제공해오던 기업들은 휴가 시간을 연장해줄 방침이다. 글로벌 주류 업체 디아지오 북미 지사는 올해 휴가 신청 절차를 바꿔서 바꿔서 직원들이 서면 요청 없이도 필요 시간만큼 선거일 유급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 업체는 업무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거일에 어떤 사내 회의도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투표소 봉사 자원한 직원에 급여까지
한술 더 떠 선거일 투표소 자원봉사를 하는 직원에 급여를 챙겨준다고 밝히는 기업들도 나왔다. 갭이 소유한 패션 브랜드 올드네이비(Old Navy), 미국 최대 전자제품 판매점 베스트바이(Best Buy)는 이들에게 유급 휴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일부 기업들은 지역 선거 관리 위원회나 비영리 선거 독려 단체들에 무료 법률 자문을 제공하기도 한다. 온라인 결제 기업 페이팔은 직원들에 선거일 유급 휴가뿐 아니라 투표소 위치 안내·선거 뉴스레터 발송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디아지오 북미 지사는 직원들 투표 문제 해결 전담 팀을 꾸리기도 했다.
NYT는 이 같은 기업들의 투표 지원 열기에 대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 경제적 불평등, 코로나 사태 등 치열해진 사회 분위기를 꼽았다. 쉽사리 정파적 입장을 드러내기 어려운 기업들로선 투표 지원이라는 중립적인 방안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사회 참여를 다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한다는 것이다.
◇쉐이크쉑은 무료 감자 튀김, 코카콜라는 투표 홍보물 제작
일부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투표율 높이기에도 나서고 있다. 코카콜라는 마케터들로 이뤄진 팀을 꾸려 라디오·TV·대중교통 등에서 사전 현장 투표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게시물을 만들고 있다.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은 사전 투표를 마친 고객들에게 감자 튀김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고, 준명품 브랜드 토리버치는 ‘VOTE(투표하라)’고 적힌 티셔츠를 제작해 수익금을 투표 촉진 관련 시민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투표율 제고에 힘쓰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유통 업체 아마존 직원들은 오는 31일 물류 창고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아마존이 선거일 유급 휴가를 달라는 요청을 묵살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