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이리의 이리 국제공항에서 벌인 대선 유세를 마치고 연단을 떠나면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0월의 마지막주 선거운동을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미시간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 3개주 공략에 집중한다. 러스트벨트 3개주는 원래 민주당의 텃밭이었지만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역전하면서 백악관 입성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곳이다. 코로나를 이유로 대규모 유세를 자제하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도 펜실베이니아에 집중하며 트럼프의 공세를 막아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트럼프 대선캠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에만 펜실베이니아의 앨런타운, 리티즈, 마틴스버그 등 3곳에서 집중 유세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개의 주에 하루에 3차례 대규모 유세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에서 회복돼 활동을 재개한 뒤 펜실베이니아를 찾은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러스트벨트 최대 격전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하는 앨런타운은 인구 약 12만의 중소도시지만, 리티즈와 마틴스버그는 인구 약 9400명과 1800명의 시골이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0.7%포인트, 4만4000여표차로 박빙 승부 끝에 이겼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인구 1000여명의 시골이라도 방문해 지지층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27일 미시간주의 주도(州都) 랜싱으로 달려가 유세를 하고, 이날 오후엔 위스콘신의 웨스트살렘, 이후엔 네브라스카의 오마하로 넘어간다. 랜싱도 미시간주의 주도이지만 인구는 약 11만8000명 수준이고, 위스콘신의 웨스트살렘은 인구 5000명의 소도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에서 0.7%포인트, 미시간에서 0.3%포인트 격차로 이겨 선거인단 46명을 확보했다. 이 세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 얻은 표는 7만7000표에 불과했다. 미국 대선은 각 주 투표에서 한 표라도 승리한 사람이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고, 이후 선거인단을 확보한 수를 비교해 승부를 결정짓는 간접선거제다.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는 전국적으로 300만표를 더 얻었지만, 이 3개주에서 7만7000표차로 지면서 첫 여성 대통령의 꿈을 접어야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이번 대선도 이 북방 산업지대 3개주(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껏 펜실베이니아의 지난 6월이후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이긴적이 없다. 현재도 각종 여론조사를 평균한 지지율차도 5.1%포인트에 달한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역전에 집중하는 것은 바이든이 지난 22일 열린 대선 마지막 토론에서 자책골을 넣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4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댈러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셰일 석유·가스를 추출하는 수압파쇄법(fracking)을 금지하겠다고 수차례 말했지만 지난 대선 토론에서 “나는 수압파쇄법을 반대한 적이 없다”고 말바꾸기를 했다. 미국에선 정치인의 말바꾸기가 선거에서 상당한 감점 요소로 작용한다. 바이든은 또 ‘그린 뉴딜’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펜실베이니아는 석탄과 셰일 가스 산업이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있어 바이든이 당선되면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바이든도 자신의 말실 수를 깨달았는지 지난 24일 세 곳의 펜실베이니아주 지역 TV방송국과 잇따라 인터뷰를 갖고 “나의 증조부가 (펜실베이니아에서) 탄광 기술자였다”며 “나는 수압파쇄법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연방정부 소유의 땅에서 채굴을 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석유와 가스 산업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바이든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의 브리스톨과 댈러스 등 2곳을 잇따라 방문해 트럼프의 코로나 대응을 비판하면서 “(대선 승패는) 결국 펜실베이니아일 것이다.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나의 주를 믿는다”고 했다. 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나 나중에 델라웨어로 옮겨 정치인생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