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선거를 9일 앞둔 25일(현지 시각) 미국 보수의 텃밭인 텍사스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텍사스에 걸린 선거인단은 38명으로 캘리포니아(55명)에 이어 미국에서 둘째로 많다. 만일 텍사스가 넘어간다면 이번 대선의 승부는 러스트 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 지대)나 플로리다 등 남부 경합주의 승패와 상관없이 바이든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정치 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25일 현재 전국 여론조사 평균에서 바이든 후보는 50.8%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42.8%)을 8%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특히 텍사스 지역신문인 댈러스 모닝뉴스의 지난 13~20일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은 텍사스에서 48% 지지율로 트럼프(45%)를 3%포인트 앞섰다. 퀴니피액대학이 지난 16~19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두 사람은 각각 47% 지지율로 텍사스에서 동률을 기록했다.
물론 각종 여론조사 평균에선 트럼프가 여전히 텍사스에서 2.6%포인트 이기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지난 대선 때 텍사스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9%포인트 차로 크게 이겼던 것을 감안하면 예상외의 고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텍사스는 공화당이 1980년 대선 이후 줄곧 승리해온 텃밭 중의 텃밭이다.
텍사스에 걸린 선거인단 38명은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러스트벨트의 펜실베이니아(20명)와 미시간(16명)을 합한 것보다 많다. 특히 텍사스가 바이든에게 넘어간다면, 펜실베이니아와 플로리다 등 러스트 벨트와 남부의 나머지 경합주 모두에서 트럼프가 이긴다고 해도 바이든이 백악관 주인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미 대선은 각 주(州) 선거 결과를 토대로 확보한 선거인단 수로 대통령을 결정하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현재 바이든 것이 확실한 선거인단을 232명, 트럼프가 확보한 선거인단을 125명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에 텍사스를 포함한 경합 11주 등의 선거인단 181명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만약 바이든이 텍사스(선거인단 38명)에서 이길 경우 현재 확보한 232명에 더해 대통령 당선을 위한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을 바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CNN은 이날 현시점을 전제로 “바이든이 승리의 확실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대선을 9일 앞두고 여론조사상으로 트럼프에게 추격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바이든에게는 그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힐러리는 대선 21일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를 7.1%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대선 9일 전 격차가 4.3%포인트로 줄어든 뒤 대선 5일 전엔 1.6%포인트까지 좁혀졌다. 그러나 바이든은 대선 21일 전 10%포인트였던 격차가 대선 9일 전까지 8%포인트로 줄었지만 여론조사상 급락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바이든의 승리를 쉽사리 예단할 수는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이번 대선도 러스트 벨트 3주(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텍사스가 쉽게 바이든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는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막판에 여론조사상 7%포인트 열세를 뒤집어엎고 승리하는 괴력을 보였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대역전극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러스트 벨트 공략에 나섰다. 트럼프는 26일(현지 시각)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러스트 벨트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찾아 3곳에서 대규모 유세를 여는 총력전을 벌인다. 27일에는 미시간과 위스콘신으로 달려가 유세를 할 계획이다. 바이든도 이날 방송된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그의 플레이를 과소평가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