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을 엿새 앞둔 2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완전히 상반된 선거전략을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에 2~3개주를 도는 광폭유세와 250만명의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집집마다 방문하는 ‘지상전’ 선거 운동에 집중한 반면, 바이든 후보는 집에 머무르며 기자회견을 하거나 대규모 광고를 쏟아붓는 ‘공중전’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트럼프의 지상전 전략이 막판 판세에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남부 ‘선벨트’의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에서 바이든을 따라잡거나 거의 근접했고, 북부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의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도 바이든을 앞서거나 동률을 이루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선벨트의 경합주인 애리조나의 불헤드시티와 굿이어 등 2곳에서 대규모 유세를 열었다. 전날엔 미시간, 위스콘신, 네브라스카 등을 돌며 그야말로 광폭유세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리조나 유세에서 “(코로나를 극복하고) 보통의 일상이 시작될 것이다. 그게 우리가 원하는 것아닌가?”라며 “내년엔 미국 역사상 가장 경제적으로 성공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독일·프랑스 등이 코로나 재확산으로 다시 봉쇄조치를 발표한 상황에서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초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경찰 총격으로 인한 흑인 사망으로 소요사태가 일어난 것과 관련 “바이든은 약해서 소요에 대처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선캠프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전국에 280개 사무실을 마련하고, 250만명의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집집마다 방문하는 저인망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 어떤 광고보다 이 같은 가가호호 방문 전략이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트럼프 대선캠프 관계자는 최근 NBC 방송에 “일주일에 100만 가구 이상을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실제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공화당 신규 유권자 등록이 수만에서 수십만 늘어났다. 미국은 유권자 등록을 해야 투표를 할 수 있어, 공화당 유권자 등록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결집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이날 선거를 불과 엿새를 남겨뒀지만 델라웨어 집에 머물렀다. 공식 일정은 이날 집 근처의 주정부 청사에서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사전투표하는 것 하나였다. 그는 투표를 마친 후 기자들에 “백악관에 입성한다면 건강보험법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기더라도 이 대유행을 끝내려면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전염병이 곧 끝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거짓 약속”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의 코로나 대처에 대해 “무모하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대유행의 실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코로나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바이든이 몸을 사리는 가운데, 바이든 캠프는 TV광고 등으로 트럼프를 압도하고 있다. 이날 광고분석기업 ‘애드버타이징 애널리틱스’(AA)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는 11월3일 대선일 전 마지막주 TV와 디지털 광고에 5100만 달러(약 578억원)를 지출하고 외부 단체들은 3600만 달러(약 408억원)를 쓸 계획이라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이는 트럼프 측 지출의 2배 가량이다. 트럼프 캠프는 1100만 달러(약 125억원)를 투입하고, 공화당 전국위원회와 협력해 추가로 1500만 달러(약 170억원)를 지출한다. 트럼프 진영의 최대 외부 단체인 ‘아메리카 퍼스트 액션’은 약 2000만 달러(약 226억원)의 광고 시간을 예약했다. 특히 바이든 캠프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주에 광고비의 약 90%를 지출하며 트럼프의 ‘집토끼’ 빼앗아 오기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