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각) 경합주인 애리조나주 굿이어에서 유세를 펼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 대선을 닷새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현지 시각) 플로리다 탬파에서 동시에 유세전을 펼친다. 두 사람이 같은 날, 같은 도시에서 유세 대결을 펼치는 것은 이번 대선전에서 처음이다. 그만큼 최대 경합 주인 플로리다에서 양측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28일 정치 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바이든은 전체 여론조사 평균에서 트럼프를 7.5%포인트 앞서고 있다.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꽤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승부를 결정지을 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등 6대 경합 주에선 그 격차가 3.6%포인트에 불과하다. 특히 경합주 중 선거인단이 29명으로 가장 많은 플로리다에서는 트럼프가 27일 선거운동 시작 후 처음으로 바이든을 각종 여론조사 평균에서 0.4%포인트 앞섰다가, 28일 다시 동률이 됐다.

‘코로나 전광판’ 앞의 바이든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현지 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극장에서 보건 전문가들과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화상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하루 7만명 안팎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선 캠프는 이날 갑자기 “내일(29일) 플로리다 탬파에서 대규모 유세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은 이틀 전 “29일 탬파에서 유세를 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었다. 트럼프가 가까스로 따라잡은 플로리다를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유세 시간은 오후 1시 30분으로, 바이든이 예정한 유세 시간보다 5시간 빠르다.

트럼프가 선택한 유세지는 탬파 국제공항 인근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 주차장이다. 6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 스타디움 안에는 사전 투표소가 마련돼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굳이 스타디움 북쪽 주차장에서 유세를 하기로 했다. 법적으로 유세가 금지된 투표소 반경 45m를 벗어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만, 주로 민주당 지지층이 많이 몰리는 사전 투표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있다. 이날 스타디움 주변 잔디밭에서는 ‘트럼프·펜스’ ‘바이든·해리스’ 같은 후보 이름을 적어놓은 작은 입간판들이 300m 이상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그만큼 사람이 많이 몰리는 투표소란 뜻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현지 시각) 부인 질 여사와 함께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주 정부 청사에서 사전 투표를 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바이든은 29일 저녁 6시 30분부터 지지자들이 차를 타고 주차장에서 지켜보는 ‘드라이브 인 유세’를 탬파에서 가진다. 전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지원 유세를 했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한꺼번에 탬파로 출격하는 것은, 이곳이 플로리다 내에서도 가장 치열한 격전지이기 때문이다. 탬파만 지역에 있는 인구 97만여 명의 피넬라스 카운티의 경우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5.6%포인트 차로 이겼던 곳이지만,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1.1%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플로리다에서 1.2%포인트 차로 이겼던 것을 감안하면 피넬라스 카운티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일 수밖에 없다.

미국 6대 경합주 대선 후보 지지율

플로리다를 포함해 대선의 승패를 결정지을 경합 주들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의 핵심 경합 주인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에선 각종 여론조사 평균에서 바이든이 여전히 3.8%포인트 앞서고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을 맞혔던 여론조사 회사 ‘트래펄가 그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이 각각 48%의 지지율로 동률이라고 발표했다. 이 밖에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이날 트럼프와 바이든이 각각 48%로 동률을 기록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여론조사회사 갤럽 고문인 크리스토스 마크리디스 미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와 오하이오주 우드 카운티의 공화당 의장인 조너선 야쿠보스키는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여론조사를 믿지 마라, 트럼프가 승리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트럼프 지지를 숨기고 있는 ‘샤이 트럼프’가 사회적 눈총을 두려워해 아직도 트럼프 지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