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미국 대선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양강구도로 치러진다. 그렇다고 해서 후보가 둘 뿐이라는 것은 아니다. 여느 선거가 그렇듯 수많은 군소후보들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두 거대정당 사이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최근 이번 대선에 출말한 군소후보들을 소개하면서 “총 1200여명의 후보가 대선후보로 등록했다”며 이들의 면면을 소개했다.
트럼프·바이든에 가려진 군소후보들 중에 50개 주와 워싱턴 DC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린 ‘전국구 후보’가 있다. 바로 자유당(Libertarian Party) 소속 여성 조 조겐슨(63) 후보다. 부통령 후보로 이름을 올린 제러미 스파이크 코언과 팀을 이뤄 당당히 ‘제3후보’로 대통령에 출마한다. 이 당 역시 공화·민주당 처럼 경선 과정을 통해 대선 후보를 선정했으며, 막판 유세를 통해 유권자들 표심을 공략한다. 조겐슨 후보는 1일 중서부 경합주중 한 곳으로 꼽히는 아이오와주 카운슬 블러프스에서 가진 유세에서 “현재 미국 정부는 너무 비대하고, 우두머리 행세를 하고, 참견하기를 좋아한다”며 워싱턴 기득권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조겐슨은 클렘슨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교수로 일해온 학자 출신 후보다. 양당이 체제와 백인 남성 대선 후보에 신물난 유권자들의 대안적 선택이 되겠다며 대선전에 뛰어들었다. 그는 보편적 자유 확대, 세금 인상과 미군 해외 파병 금지, 천문학적 보건 비용문제의 해결, 석탄 연료의 대체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물론 조 조겐슨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커녕, 캐스팅 보트 역할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러나 대개 공화·민주 양강 구도로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제3후보가 존재감을 과시한 적도 없지는 않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피말리는 접전 끝에 법정 싸움까지 갔던 2000년 대선이 있다. 당시 제3후보였던 녹색당의 랄프 네이더 후보가 전국 투표율의 2.74%에 해당하는 288만여표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는 미국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 분산으로 결국 민주당 앨 고어 후보쪽에 통한의 패배를 안겼다는 분석으로 이어지면서 ‘네이더 효과’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제3후보가 단순 캐스팅 보트 이상의 괴력을 발휘한 경우도 있다. 1992년 한국 대선이 김영삼·김대중의 양강에 기업인 출신 정주영이라는 강력한 제3후보간 싸움으로 진행됐던 것처럼 같은 해 미국 대선도 공화당 조지 H.W. 부시, 민주당 빌 클린턴에 억만장자 사업가 출신 무소속 후보 로스 페로의 3자 구도로 진행됐다. 당시 로스 페로의 득표율은 무려 19%였다. 로스 페로는 올해 7월 사망했는데, 그의 아들이 공화당 트럼프 캠프 쪽에 정치자금을 후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80년전 진행됐던 1912년 선거도 양자가 아닌 3자구도 선거로 치러진 대표적 선거다. 현직이었던 공화당의 윌리엄 태프트, 민주당의 우드로 윌슨, 여기에 공화당 소속이었으나 당과 후보의 보수적 정책에 불만을 품고 진보당을 창당해 제3후보로 뛰어든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공화당의 내부 분열로 우드로 윌슨의 손쉽게 승리했고, 현역 프리미엄을 단 윌리엄 태프트는 전직 시어도어 루스벨트에게도 밀려 3위로 낙선했다.
올해 군소후보들의 존재감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팝 가수 카니예 웨스트, 피아노 연주자이자 연설가인 흑인 여성 제이드 시먼스 , 아역 배우 출신인 브록 피어스 씨 등이 각 지역별 대선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