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이틀 앞둔 1일(현지 시각) 미시간주에서 유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 플로리다 등 경합주를 중심으로 5주를 도는 강행군을 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AP 연합뉴스

3일 대선을 앞두고 미국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내전에 가까운 소요와 혼돈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코로나로 인한 대규모 우편투표다. 선거 정보 사이트 ‘미국선거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인 약 6000만명이 우편투표를 했다. 2016년 대선에서 우편투표가 약 1350만표였던 것을 감안하면 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코로나를 대수롭지 않게 취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미 공화당 지지자들은 선거 당일 현장 투표를 선호한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비판했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우편투표에 대거 참여했다. 코로나 대처 방식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극명하게 대립하면서 투표 방식마저 정치화됐다. ‘미국 선거프로젝트’가 집계한 캘리포니아 등 19주(州)의 우편투표자 소속 정당에 따르면 민주당이 48.8%, 공화당이 26.6%였다. 트럼프가 수시로 “우편투표는 사기”라며 부정선거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유다.

패자의 승복...美대선 230년 전통이 흔들린다

남북전쟁때 군인 위해 도입… 이번엔 6000만명 이상 참여

트럼프 "바이든이 되면 경제 봉쇄"… 바이든 "트럼프가 바이러스" - 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이오와주 더뷰크 지역공항에 마련된 유세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위 사진). 미시간 유세에서 트럼프는“바이든은 경제를 봉쇄하고 세금을 올릴 것”이라고 했다. 아래 사진은 같은 날 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선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유세하는 모습이다. 그는“(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치려면 먼저 트럼프를 물리쳐야 한다. 그가 바이러스”라고 했다. /AP·로이터 연합뉴스

이대로라면 미국 전역 현장 투표에서 트럼프가 앞서다가 이후 우편투표로 바이든이 뒤집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와 참모들이 우편투표를 합산한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 ‘조기 승리’를 선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이유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당일 투표 결과만 인정하겠다는 트럼프의 억지”라고 했다.

미국 대선은 총득표 수가 아니라 각 주 선거 결과를 토대로 확보한 선거인단 수로 대통령을 결정하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최소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대선은 북부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의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과 남부 ‘선벨트’의 플로리다(29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애리조나(11명) 등 6대 경합주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플로리다의 경우 현재 바이든이 평균 1.4%포인트 이기고 있지만, 이날 ABC방송·워싱턴포스트(WP) 여론조사에선 트럼프가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박빙 상황에서 우편투표는 승패를 가를 수 있다.

문제는 주마다 우편투표 개표 기준과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일(3일)이 지난 오는 6일, 노스캐롤라이나는 12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를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미국 50주 가운데 22주가 선거일 이후 도착한 투표용지도 유효하다고 인정해주고 있다.

주별로 우편투표 개표 순서가 다른 것도 선거 결과를 헷갈리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러스트벨트의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은 당일 현장 투표 종료 후 우편투표를 개표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개표 초반 트럼프가 앞서다가 바이든이 점점 격차를 좁힐 가능성이 높다. CNN은 최근 이 같은 현상을 공화당의 상징색인 붉은색에 빗대 “붉은 신기루”라고 부르기도 했다.

반면 남부 선벨트의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민주당 상징색인 푸른색에 빗대 ‘푸른 신기루’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주들은 대선일 현장 투표 마감 전에 일찌감치 우편투표 개표 절차를 허용하는 제도를 갖고 있어 개표 초반에는 바이든에게 유리한 우편투표 결과가 먼저 공표되기 때문이다.

정치 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에서 평균 4.2%포인트 뒤지고 있다. 러스트벨트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트럼프는 선거일 이후 도착해도 유효 표로 인정해 주는 펜실베이니아의 우편투표가 내키지 않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이날 펜실베이니아를 꼭 집어 “우리는 대선일 밤에 선거가 끝나자마자 (법정으로) 갈 것”이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미 무소속 연방 상원의원인 앵거스 킹 의원은 1일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지금은 정말 위험한 순간이다. 단 하나의 (위기 해결) 해독제는 (한쪽의) 압승밖에 없다”고 했다. 초반부터 한편이 상대를 압도하지 않으면 혼란이 극심할 것이란 예상이다.

한편 바이든은 대선 직전 이틀간을 펜실베이니아주에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1일 펜실베이니아주 동남부 필라델피아에서 유세를 했다. 바이든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치려면 먼저 트럼프를 물리쳐야 한다. 그가 바이러스”라고 했다. 같은날 트럼프는 오전 8시 30분 워싱턴 DC를 출발해 밤 11시 43분 플로리다주 오파로카에 도착하기까지 5개 경합주를 가로지르며 유세를 펼쳤다. 미시간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은 경제를 봉쇄하고 세금을 올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