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CNN 여성 앵커가 미국 공항에서 세 차례 연달아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밝혔다.
CNN애틀랜타 앵커 겸 특파원인 아마라 워커는 2일(현지 시각) CNN에 ‘인종차별을 겪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내가 틀렸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최근 겪은 인종차별 상황을 소개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워커는 지난달 29일 루이지애나주(州)에서 허리케인 ‘제타’ 취재를 마치고 뉴올리언스 국제공항을 통해 복귀하던 중, 한 남성이 자신에게 “니하오, 칭총”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커는 “니하오는 중국어 인사말이며, 칭총은 아시아계 미국인을 조롱하는 데 사용되는 인종차별적 비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남자가 터미널 안쪽에서 내 뒤에 줄을 섰을 때, 그의 발언이 인종차별적이며 부적절하다는 점을 엄중히 물었지만 그는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모든 것을 부인하고 떠났다”고 했다.
몇 분 뒤, 워커는 공항 문 앞에서 일행인 PD와 앉아 있던 중 겪은 또 다른 인종차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청년이 워커에게 다가와 “영어를 쓰냐”(Do you speak English?)고 물은 것이다. 워커는 “왜 내가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고 그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이 상황에 대해 워커는 “그 청년은 일본어나 중국어, 한국어를 말할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지만 난 ‘스페인어!’라고 대답했다”며 “이후 청년은 아시아어처럼 들리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함께 있던 PD가 나서 이 청년에게 떠나라고 했지만 그는 거부하더니 음란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결국은 PD가 경찰을 불렀다고 했다.
세 번째 인종차별은 경찰이 도착한 이후 발생했다. 워커와 PD가 청년으로부터 당한 인종차별 상황을 경찰관에게 설명하자 경찰관은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는 건 인종차별이 아니다”라며 “내 말 알아듣겠냐”고 했다.
워커는 “누군가의 영어 사용 여부를 묻는 게 본질적으로 인종차별적이지 않다는 걸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공항에 있던 두 남성이 나를 쳐다보며 자연스럽게 내가 영어를 못한다고 가정했고, 이후 인종차별적 발언과 조롱이 뒤따랐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느냐”고 했다.
이어 “슬프게도 이런 사건들은 나만의 일이 아니다”며 “미국의 아시아인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조롱당하고, 정형화되고, 희생양이 되고, 차별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대유행의 결과로 아시아인에 대한 언어적, 신체적 공격이 급증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워커는 이런 인종차별 경험을 공유할 때마다 낯선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워커는 “저널리스트인 내가 직관에 반하는 얘기를 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우리가 견뎌내는 어려움에 대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런 (응원의) 메시지를 봤을 때, 내가 틀렸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글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