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각) 미 대선 운명의 날에 미국 유권자들은 새벽부터 긴 줄을 이루며 투표소로 향했다. 당초 백인우월주의 민병대들의 위협과 각종 시위로 투표가 방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날 상대적으로 투표는 큰 충돌없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유례없는 투표열기...사전투표 1억명
뉴햄프셔주 런던데리의 선거관리원 조나단 킵은 워싱턴포스트(WP)에 “우리는 보통 이렇게 긴 줄이 이렇게 일찍 선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CNN 등 주요 언론들은 이날 각 지역의 투표소에는 문을 열기 전 이른 아침부터 수백명의 유권자들이 몰렸다.
이날 뉴욕시와 애리조나의 라스베이거스, 플로리다의 세인트피터스버그 등에선 긴 줄이 늘어섰다. 그러나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조지아주의 애틀란타 등에선 생각보다 유권자들의 참여율이 낮아았다고 WP는 전했다 이는 코로나로 인해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우편투표를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선거정보사이트 ‘미국선거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날 우편투표와 조기 현장투표를 합한 사전투표 참여자수는 1억명을 넘어섰다. 지난 대선 당시 총 투표자(1억3650만명)의 73%가 이미 투표를 한 것이다.
◇막판까지 여론조사 경합...1%포인트 안팎 초접전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선거 당일까지 집계한 각종 여론조사 평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 등 6대 경합주에서 평균 2.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매체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5월이후 최소치다. 그만큼 선거막판 양측의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은 총 득표수가 아닌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한 사람이 당선되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이 때문에 선거 때마다 지지정당이 바뀌는 경합주가 승부에 중요하다.
특히 이른바 선벨트라고 불리는 남부 3개주(플로리다·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에선 두 사람의 격차가 모두 0.2~0.9%포인트차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북부 러스트벨트 3개주(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중에서 가장 큰 펜실베이니아도 두 사람의 격차가 단 1.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3주전만 해도 바이든이 트럼프를 7.3%포인트 격차로 이기고 있었던 곳이다. 러스트벨트 3개주는 원래 민주당 텃밭으로 ‘민주당의 장벽’이라고 불렸던 곳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손을 들어주면서 공화당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이 됐다.
이중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의 승부가 중요하다. 바이든은 전체적 지지율에서 트럼프를 평균 7.2%포인트 앞서고 있고, 현재까지 212~29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다. 바이든이 펜실베이니아에서 우위를 지키고 러스트벨트를 다시 가져온다면 무난히 승리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6대 경합주를 모두 이겨야 승리할 수 있다.
◇바이든, 대국민 연설 준비...트럼프 “연설 준비 안해”
바이든은 선거일인 3일에도 자신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을 찾는 것으로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펜실베이니아를 잡아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손녀인 피네건, 나탈리와 함께 스크랜턴을 찾은 바이든은 “스크랜턴에 가보지 않은 손주는 이들 둘 뿐”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집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바이든은 이어 그가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을 방문해 거실 벽에 ‘신의 은총과 함께 이 집에서 백악관으로’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이름과 날짜를 적었다. 바이든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를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이날 저녁 자신의 집이 있는 델라웨어 웰밍턴의 체이스센터에서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물론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등이 참여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선거 당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낮 인근 버지니아 알링턴의 선거캠프 본부를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오늘 멋진 밤을 보낼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이건 정치고 선거기 때문에 절대 알 수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우리가 플로리다에서 매우 잘하고 있고 애리조나주에서도 매우 잘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텍사스에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하고 있다. 매우 기분이 좋다”고 했다.
아울러 당선 수락 연설이나 패배 인정 연설을 작성했냐는 질문에 “아니다. 승복 연설이나 수락 연설에 대해서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기는 건 쉽다. 지는 건 절대 쉽지 않다”고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백악관에서 개최하려던 개표 축하파티 규모를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선거 캠프는 당초 이날 밤 백악관에서 개최할 승리 축하 파티 참석자 규모를 당초 400명에서 250명으로 대폭 줄였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측이 대선 축하 파티 규모를 갑자기 축소한 배경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