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2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가 상승 마감했다. 대형 우량주 중심의 다우 지수는 1.6%, S&P 500 지수는 1.2%,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0.4% 올랐다.
지난주 내내 미국·유럽 코로나 재확산과 봉쇄, 미 대선 혼전 등 각종 악재로 폭락했던 뉴욕 증시가 돌연 대선 전날 반등한 것이다. 미 전역의 대도시가 대선 이후 폭력사태 우려로 긴장된 분위기인 것과도 상반됐다.
미 경제 매체들은 이를 ‘대선 결과가 의외로 빨리 나올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라고 전했다. 3일 승패 윤곽을 결정지을 최대 격전지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 판세를 두고 2일 나온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밖 우위를 달리는 결과가 속속 나와 증시가 급등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급속히 줄어들 것이란 기대에 따른 안심장(relief rally)”이라고 했다.
이날 소위 ‘바이든 테마주’도 약진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 배출 감축을 공약한 바이든의 집권 시 수혜를 볼 수 있는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소재 관련 업종이 일제히 급등했다. 반면 민주당이 독점 논란을 제기하며 증세와 규제·분할을 거론하고 있는 대형 IT기업 종목은 일제히 하락했다.
CNBC의 2일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에 10만달러 이상 고액을 후원한 800명의 명단을 확보해 분석했더니 월가에 있는 대기업 중역 30명 이상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그간 캠프별 모금액을 비교해도 바이든 측은 총 3억3000만달러(약 3750억원), 트럼프는 2억2000만달러로 크게 차이가 났다.
그간 월가가 바이든에게 베팅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마지막 TV토론에서 바이든에게 “월가에 얼마나 많은 약속을 해줬길래 돈을 그렇게 많이 모았냐”며 바이든을 ‘기업 뒷돈을 받은 부패한 후보’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트럼프가 법인세 감세와 기업 규제 완화를 펼쳐왔고 바이든은 증세와 규제를 공약한 것을 감안하면, 돈의 흐름은 반대로 나타난 셈이다. 이를 두고 미 재계에선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이란 말이 나온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정책 내용보다는,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시장엔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점에서 “월가는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고 상원을 공화당이 계속 장악해 정국 대치가 이어질 경우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