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한 매직넘버(선거인단 270명)에 불과 6명만을 남겨둔 가운데 “승기를 굳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또 하나의 지역은 네브래스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바이든은 주별로 많게는 55명(캘리포니아)부터 적게는 3명(델라웨어)까지 확보했는데, 유일하게1명만 얻은 곳이 네브래스카다.
그런데 이 1명의 상징성이 남다르다. 농업에 종사하는 백인들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전통적인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곳)에서 빼온 천금 같은 한 표인데다 결과적으로 이 한 표 덕에 매직넘버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네브래스카의 독특한 선거제도와 정치지형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50개 주중에 두 곳은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할 때 표차에 상관없이 승자에게 전원 몰아주는 승자독식방식을 채택하지 않는다. 네브래스카주와 메인주다. 네브래스카에는 선거인단 5명, 메인에는 4명이 걸려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대선 투표에서 최다 득표한 후보가 선거인단 2표를 획득한다. 나머지는 하원 선거구 각각에서 승리한 후보가 선거인단 1표씩을 가져가도록 돼있다.
네브래스카는 육가공업과 농업이 주요 산업을 이루는 지역으로 보수적이고 기독교 신앙심이 깊은 독일계 이민자들이 많이 산다. 자연스럽게 공화당 텃밭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역대 선거에서는 어김없이 공화당에 표를 몰아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승자독식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특정 선거구에 민주당 지지층이 몰려있을 경우 충분히 1표를 노려볼 수도 있다. 실제로 정치지형이 그렇게 구성돼있다. 주 최대 도시 오마하, 그리고 주에서 둘째로 큰 도시이자 주도(州都)인 링컨이 모두 2선거구에 있다.
이곳에는 대학과 병원, 연구소와 기업 등의 사무실이 몰려있다. 특히 오마하는 세계적인 갑부 워런 버핏의 자택과 그가 운영하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본사가 있다. 또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비중도 높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화이트칼라와 고학력자, 소수계 등이 두루 모여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됐을때도 오마하가 있는 네브래스카 2선거구에서 1명을 가져갔다.
워런 버핏은 과거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등 민주당 후보들을 지지해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버핏 회장은 정치적인 소신이 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말할 경우 고객들이 거부감을 느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쨌거나 바이든은 워런 버핏의 동네에서 천금과도 같은 선거인단 1명을 얻어냈다. 결과적으로는 이 한 명이 매직넘버(270명)를 달성하는 결정타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막바지 주요 경합주 여러곳을 하루에 돌아다니는 ‘폭풍 유세’ 일정 속에서도 지난달 27일 오마하를 찾아 네브래스카 유권자들에게 자신에게 한표를 던져줄 것을 호소했다. 네브래스카는 공화당 입장에서는 변심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안방이나 다름없고 걸려있는 선거인단 숫자도 많지 않아 그의 행보는 주목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네브래스카를 직접 찾고도 텃밭에서 1표를 빼앗기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