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미 대선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또 한 사람은 바로 미 하원의장이자, 하원의 다수당 민주당 의원들의 대표인 낸시 펠로시(80)다. 애초 민주당은 총선을 겸한 이번 선거를 통해, 공화당이 다수인 연방 상원을 되찾고, 하원에서도 공화당과의 의석 수 차이를 더 벌릴 것으로 예상했다.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강한 교외 지역에서 20석 정도를 추가해, 현(現) 과반의석(232석)을 내년 117대 하원에선 더욱 강화하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상원에서 공화당은 1석만 잃고 다수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하원에선 민주당은 오히려 지금보다 7석을 잃었다.
펠로시가 2019년 하원의장직 연임을 호소할 때에도, 당내 좌파 의원들과 젊은층으로부터 ‘세대 교체’와 ‘당의 좌(左)클릭 이동’에 대한 목소리가 컸다. 그는 당시 “2023년 이후에는 의장직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새 회기에서 3선 연임의 하원의장이 되더라도, 이제 앞으로 2년은 그에게 연방의원으로서도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펠로시의 영향력에 금이 갔다는 것은, 다른 ‘하원의장 후보’에 대한 의견이 당내에서 공공연히 나오는 데서도 드러난다. 정치 매체인 ‘더 힐’은 “당내 중도파 의원들이 하킴 제프리스 의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민주당 내 여러 이념·인종적 의원모임(코커스)들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제프리스 자신이 ‘의장직 도전’ 의사를 부인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펠로시의 측근 의원이나 온건 좌파 세력은 펠로시가 전국적인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시위 속에서 아예 ‘경찰력 해체’를 주장한 진보 세력을 포용하고, ‘사회주의자’로 몰릴 정도로 당이 이념적으로 이동한 것 등을 ‘패인(敗因)’이라고 본다. 미 전역의 연방 하원 선거구에서, 많은 미국인은 사회주의를 두려워하고, 코로나 대응 부실에 못지 않게 치안 악화를 비판하는 표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대도시에 기반을 둔 민주당 급진 좌파는 펠로시가 전국민 건강보험이나 강력한 환경규제 조치들에 대해 오히려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펠로시는 “당내 여러 분파들의 다양한 견해 간에 균형을 맞추는데(9월 중순 MSNBC 인터뷰)” 익숙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이번 선거의 패배자로 ‘압승’을 예상했던 하원의장 펠로시와 상원 민주당 대표 척 슈머를 꼽으며, “공화당의 의석 추가로, 펠로시가 법 제정을 위해 운신할 수 있는 폭은 줄고 당에 대한 통제력도 테스트 받게 됐다”고 진단했다. WSJ는 “펠로시가 2조 달러에 달하는 추가 코로나 경기부양책을 놓고 정부에 보인 비타협적인 협상 전략이 결국 의석수 상실로 이어졌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