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각) 델라웨어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승리연설을 하는 조 바이든 당선인./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7일(현지 시각) 승리 연설은 “우리 국민(We the People)의 승리”란 말로 시작했다. ‘우리 국민’은 미국 헌법의 첫 문장을 시작하는 말로,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상징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그의 연설의 핵심 메시지는 통합(to unify)과 치유(to heal)였다. 그는 이날 약 15분간의 짧은 연설에서 우리(we)란 표현을 43번 사용했다. 그러면서 통합의 수단으로 공정(fairness)과 존경받는 미국(make America respected)을 내걸었다. 또 코로나에 대처할 전문가 그룹을 9일 임명하겠다면서 코로나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이날 미국이 변곡점에 서있다고 했다.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분열에서 미국을 구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했다고 했다. 그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뉴 프런티어’ 정신, 오바마 전 대통령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등의 구호를 언급하며 자신이 “미국의 정신을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7일 뉴욕 타임스퀘어에 모여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는 지지자들/EPA 연합뉴스

과거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들에게 각각의 시대 정신이 있었던 것처럼, 자신에게는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적 소명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씨를 뿌리게 되면 수확의 계절이 온다. 그리고 갈등 후에는 반드시 치유 시기가 온다”며 자신의 의무가 통합과 치유란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우리가 진전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적으로 취급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이 이념·인종 등으로 갈라졌고, 대선 기간 내내 충돌이 이어진 것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바이든은 ‘공정’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인종이나 민족, 종교, 정체성 혹은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그런 꿈을 다시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흑인들이 이번 대선에서 큰 목소리를 냈다”며 “여러분이 저를 지지해 주신 만큼 저는 여러분을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흑인들을 향해 구조적인 인종차별주의를 제거하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품위의 회복, 민주주의 수호, 공정한 기회의 제공을 위한 전투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이겼다"… 바이든, 가족과 환호 - 조 바이든(맨 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각)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센터에서 승리 선언 연설을 한 뒤 아내 질 바이든(맨 오른쪽), 손녀 등 가족과 함께 불꽃놀이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바이든은 미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AFP 연합뉴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해 “우리가 전 세계에서 다시 존경받는 국가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미국을 지켜보고 있는 지금, 저는 미국이 전 세계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미국은 단순히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범을 보임으로써 세계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미군 감축을 위협하며 한국을 비롯해 많은 동맹국과 방위비를 놓고 마찰을 벌인 것과 같은 힘의 외교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과학(science)’을 강조하며 코로나를 억제하기 위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코로나에 대처할 과학자와 전문가 그룹을 임명하겠다며 “코로나와 싸우지 않고는 경제를 회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 시대의 위대한 전투에서 과학의 힘과 희망의 힘을 결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전투, 번영을 건설하는 전투, 가족의 건강을 담보하는 전투라고 표현했다. 과학자·전문가들과 수시로 충돌하며 코로나를 과소평가해온 트럼프와는 다르게 가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