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연설이 열리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 센터 앞에 지지자들이 모여 환호하고 있다. /윌밍턴=조의준 특파원

7일(현지시각) 오후 6시 40분쯤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 센터.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언론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당선자로 발표하자, 체이스 센터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바이든은 이날 오후 8시 이 체이스 센터에서 사실상 당선자 연설을 할 계획이다.

사람들은 “빵빵” 경적을 울리며 축제 분위기를 알렸고, 성조기와 푸른 바탕에 바이든 이름을 쓴 깃발을 든 사람들이 광장을 가득채웠다. 북을 두드리며 즉석 공연도 벌어졌고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춤을 췄다. 사회적 거리를 지키지 못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집회와 다른 것은 대부분이 마스크를 썼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너무 몰려나와 기자가 쓰는 통신사의 통신망이 마비될 정도였고, 기사 송고를 위해 20분간 걸어나와야했다.

◇"대통령 바이든!" 열광의 윌밍턴

현지시각 7일 바이든후보의 승리소식이 전해지자 델라웨어 윌밍턴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환호하고있다./EPA 연합뉴스

바이든 후보의 특징은 이 수많은 사람들이 바이든과의 개인적인 기억이 있다는 것이다. ‘이웃집 조’로 불리며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을 40여년 지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 것이 그의 최대 정치적 자산인 듯했다. 지지자들은 바이든을 연호하면서도 “트럼프를 버려라” “트럼프 아웃”이라고 쓴 피켓도 함께 들었다. 그만큼 민주당 지 지층의 트럼프에 대한 증오심이 크다는 것으로 보인다.

인근 메릴랜드주에서 차로 1시간 달려 왔다는 소방관 마크 트레길리오씨는 “눈물이 나려 한다”며 “3년 전 소방관 3명이 숨져서 이곳에 추모소가 만들어졌을 때 바이든이 이곳에 와서 추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직 부통령이 소방관 장례식에까지 온다는 것에 너무 감동을 받았고, 그래서 오늘 왔다”고 했다.

평생 윌밍턴에 살았다는 레나 맥두걸씨도 “우리 동네에서 바이든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그는 늘 윌밍턴에서 만날 수 있었고 사람들과 악수하고 포옹을 했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과 수차례 포옹을 했다며 자랑했다. 레나씨와 함께 있던 다른 2명의 여성들도 “우리도 모두 바이든을 안다”라고 했다.

해군 출신으로 윌밍턴에 26년간 살았다는 앤서니 로페스씨는 “델라웨어주로 오고 가장 기쁜 날”이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예전에 바이든과 사진이라도 찍어놓을 걸 그랬다”고 했다. 그도 시내 술집에서 바이든을 수차례 마주쳤다"고 했다.

◇벌써 대통령급 경호, 집 주변은 모두 차단돼

7일(현지시각) 델라웨어의 그린빌에 있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집으로 가는 모든 길은 약 5km 앞에서 부터 봉쇄됐다. /그린빌=조의준 특파원

이날 오후 5시 40분쯤 윌밍턴 인근 그린빌의 바이든 집으로 가는 길. 집 5km 앞에서부터 들어가는 도로가 차단됐다는 표지판이 나왔다. 약 3km앞 첫번째 검문소 앞에서 만난 경찰은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하자 “일단은 들여보내 주겠다”며 “그러나 두번째와 세번째 검문소에서 들여보내줄 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집을 2km앞둔 검문소에서 만난 경찰관은 “이 너머는 아무도 못들어간다”며 “어떤 미디어도 여기까지도 온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이) 백악관에 들어가면 길이 열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바이든이 현재 집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빨리 차를 돌려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지역 주민들도 이 길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경찰들로부터 샅샅이 차량 수색을 받아야 했다. 방송사들도 바이든 집 앞으로 가지 못하면서 첫번째 검문소 앞에서 리포팅을 했다.

◇바이든을 지나지 않고는 델라웨어 못와

7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조 바이든 기차역 /윌밍턴=조의준 특파원

바이든의 사실상 대통령 수락연설이 이뤄지는 윌밍턴에 오기위해선 ‘바이든’을 거치지 않고서 갈 수 없었다. 윌밍턴은 워싱턴DC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거리로 북동쪽으로 약 170㎞ 떨어져 있다. 차를 타고 가다 델라웨어주로 들어면 기다리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이름은 ‘더 바이든 웰컴 센터(The Biden Welcome Center)’다. 아예 휴게소 앞에 ‘바이든 가족의 델라웨어에 대한 헌신을 기려 이름을 바이든 웰컴 센터로 2018년 바꿨다’는 내용의 현판이 걸려있다. 델라웨어 7선 상원의원으로 약 40년간 이 지역을 대표한 바이든에 대해 지역민들의 감사의 표시인 것이다.

기차를 타고 윌밍턴에 도착하면, ‘조 바이든 기차역’에 내리게 된다. 바이든은 상원의원 시절 항상 이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편도 2시간, 왕복 4시간 동안 워싱턴DC로 출퇴근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기려 철도회사가 기차역 이름을 ‘조 바이든 기차역’으로 바꾼 것이다. 이날 기차역에서 만난 한 경찰관은 “오늘은 언론이 지명을 한 것이고, 아직 공식 지명을 한 것이 아니라 그나마 덜 소란스러운 것”이라며 “정부의 공식발표가 있으면 윌밍턴은 난리가 날 것”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진 브라운 버튼 윈체스터 공원엔 ‘바이든 수영장’도 있다. 이 지역은 윌밍턴에서도 대표적인 흑인 밀집 지역이다. 또 윌밍턴 시내에는 바이든의 사진이 곳곳에 걸려있다. 이날 윌밍턴의 레스토랑들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축배를 드는 사람들로 넘쳐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