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46대 대통령으로 확정되면서 대통령의 직계 가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선거 막판까지 이목이 집중됐던 가족 구성원은 아들 헌터 바이든이었다. ‘소탈하고 인간적인 워싱턴 정치권의 주류 엘리트’라는 바이든의 명성을 까먹는 사고뭉치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헌터 바이든은 7일(현지시각) 바이든 후보가 당선이 확정된 뒤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할 때 현장에 나왔다. 자신이 품에 안고 있던 갓난 아들을 할아버지 품에 안겨주는 애틋한 장면도 연출됐다.
아들 헌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선거 막판까지 바이든 후보를 공격하는 빌미가 됐다. 친(親) 트럼프 성향의 일간지 뉴욕 포스트가 선거 직전 마약에 찌들고 문란한 성생활을 하는 모습의 동영상이 발견됐다는 폭로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트럼프의 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스티브 배넌 등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오히려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헌터 바이든은 조 바이든 당선인의 ‘아픈 손가락’이다. 헌터 바이든은 1970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태어났다. 두 살 때 엄마 닐리아 바이든, 형 보 바이든, 여동생 나오미 바이든과 크리스마스 쇼핑을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엄마와 여동생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
형 보와 함께 중상을 입었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는 워싱턴 DC와 델라웨어 윌밍턴 자택을 매일 기차로 왕복 3시간씩 오갔던 부친, 그리고 고모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해 조지타운대와 예일대 로스쿨의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그러나 성인이 된 이후에는 상원의원으로 탄탄대로를 걷는 아버지와, 델라웨어주 법무장관까지 오르며 아버지의 정치적 후계자로 떠오른 형 보 사이에 가려져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헌터는 대학 졸업뒤 국내외 기업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하지만 직업 선택부터 거물 정치인인 아버지의 후광을 노렸다는 말이 많았고, 실제 헌터가 대형 카드사, 헤지펀드사 임원 등을 거칠 때마다 정가에선 이해 충돌·특혜 논란이 일곤 했다.
사생활도 입방아에 오른다. 아버지가 부통령을 재직하던 2013년 중국 투자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돌연 해군 예비역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마약 복용이 발각돼 쫓겨났다. 2015년 형인 보 바이든 전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이 암으로 사망한 직후, 헌터는 아내가 있는데도 형수와 2년간 동거했고, 형수와의 불륜 와중에도 또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어 아이까지 낳게 하고 소송을 통해 친자 관계가 밝혀진 다음에야 양육비 지급 명령을 받이들이는 등 몰지각한 행각으로 지탄을 받았다.
2015년 아버지의 후계자로 각광받던 장남 보 바이든이 투병 중 요절한 뒤 헌터는 바이든이 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전처와의 사이에 남은 유일한 아들이 됐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은 사고뭉치 아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조 바이든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 온갖 논란을 일으키고 다닌 헌터 바이든이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고 이는 어느정도 현실이 됐다.
조 바이든이 연루됐던 각종 의혹 중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트럼프 대통령 측의 핵심 타깃이 됐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헌터가 아버지 조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시절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의 이사로 재직하면서 아버지의 입김을 동원해 회계부정과 관련한 검찰 조사 등을 막아내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이 스캔들은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의 단서가 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문제삼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터져나오자 하원 다수를 장악한 민주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탄핵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 탄핵안은 상원에서 최종 부결됐다.
헌터는 앞서 2013년 바이든 부통령이 무역 협상차 방중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날 때 부통령 전용기를 타고 따라갔다. 열흘 뒤 헌터가 몸담은 사모펀드가 국영 중국은행을 통해 15억달러(1조8000억원)란 거액을 투자받아 한창 뜨는 중국 기술 기업 10여곳에 투자해 중국 커넥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는 선거전 막판까지도 아들 헌터의 비위의혹과 문란한 사생활 논란등을 거론했다. 선거 직전에는 마약과 성생활과 관련한 폭로보도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선거과정에서 널리 알려진 조 바이든의 아픈 가족사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틋한 정서가 상당부분 ‘헌터 리스크’를 상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헌터는 자신에 대한 논란을 다룬 언론보도가 끊이지 않는 것을 의식해 좀처럼 대중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들이 현장 유세와 소셜미디어 글로 필사적으로 유세전을 벌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자신에 대한 대중의 시선과 아버지에게 부담을 줘선 안된다는 의무감 때문에 헌터는 당분간 대중 노출을 꺼리고 조용히 살아갈 것이나는 관측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