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치른 미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와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7일 오전 11시 30분(미 동부 현지 시각)을 AP통신과 CNN방송 등 미 언론들이 일제히 바이든 후보의 펜실베이니아 승리 소식을 전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오른쪽)와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AP 연합뉴스

바이든 후보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에서 49.7%를 획득, 49.2%를 얻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제쳤다. 이에 따라 바이든 후보는 선거인단 20석을 추가해 273석을 확보하게 됐다. 미 대선에서는 총 538석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석을 확보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방식이다.

미국 내에서 공신력을 인정받는 통신사인 AP는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미국의 46대 대통령이 된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친(親) 트럼프 성향으로 꼽혀오던 보수 방송 폭스 뉴스도 11시 44분쯤 긴급 보도를 통해 바이든의 승리를 전했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 소식이 알려진 뒤 뉴욕 브루클린에서 한 여성이 바이든 대선후보와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쓰고 축하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대선의 핵심 경합지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인단이 20명이 걸려있어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선거 막판까지 치열한 현장 유세를 벌여온 곳이다. 펜실베이니아는 개표 종반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가나는 모습을 보여 바이든 진영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개표율 90%를 넘기고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 등 민주당이 강세인 대도시 지역과 우편투표 개표함에서 바이든 몰표가 쏟아지면서 판세가 극적으로 역전됐다.

한편 펜실베이니아 승리에 이어 네바다에서도 승리 소식이 전해졌다. 바이든은 네바다에서 49.9%(약 64만여표)를 얻어 트럼프 대통령(47.9%·61만여표)를 2%포인트차로 누르고 선거인단 6명을 확보했다. 일부 미 언론들은 네바다가 라스베이거스가 위치한 지역이라는 점을 부가하며 “바이든이 네바다에서 잭팟을 터뜨렸다”고 제목을 뽑기도 했다.



현재 바이든이 확보한 선거인단은 매직넘버를 거뜬히 넘긴 279명, AP와 월스트리트저널, 폭스뉴스 등의 분석대로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를 승리지역으로 분류할 경우 290명이다. 여기에 선거인단 16명이 걸려있는 조지아주 개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이든은 공화당 텃밭이었던 조지아에서도 개표 막판 극적으로 역전에 표차를 벌리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은 300명 이상 선거인단을 확보하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승을 거둘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 소식이 알려진 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한 남성이 성조기를 들고 달리면서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언론을 통해 대선 승리를 공식화한 바이든 후보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위대한 나라를 이끌도록 선택해줘 영광”이라며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의 승리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일제히 축하 메시지를 내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은 일제히 소셜미디어에 축하 글을 올리며 자국과의 협력 강화를 기원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는 미 역사상 최고령 당선·취임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카말라 해리스 후보는 미국 역사상 첫 여성·소수계 인종 출신 부통령이라는 기록을 동시에 세우게 됐다. 바이든의 당선 확정으로 내년 1월 출범할 새 민주당 행정부로의 정권 이양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승리 보도가 나온 직후 성명을 내고 “바이든이 성급하게 거짓으로 승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당선이 확정되기 30분쯤 전 “내가 선거에서 이겼다, 아주 많은 차이로”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또 7일 오전 11시 30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승리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현직 대통령으로서 역대 최대인 7100만표를 얻었다” “우리쪽 관계자들의 개표 참관이 허용되지 않았다. 이런 일은 전에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수백만표의 우편투표가 자신들이 찍지 않은 사람에게 갔다"는 글을 잇따라 올려 불복 방침을 거듭 밝혔다.

트럼프 캠프 측은 오는 9일 법원에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캠프 측은 조지아주 등 주요 경합주에서 대선 투표의 절차를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했지만 그 중 일부는 기각당했다. 공화당 지도부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의 경제 책사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하면 법치를 준수하며 평화로운 정권 교체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과 백악관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