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각) 미국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 시각) 영국·프랑스·독일 등 외국 정상과 통화하면서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지친 동맹국들에 통화 첫 일성으로 미국이 다시 동맹 중시·다자주의 노선으로 귀환했다고 선언한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 지도자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무엇보다 나는 그들(해외 정상)에게 ‘미국이 돌아왔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경기장에 돌아왔다"며 “미국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집인 민주당 정강정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혼자(America alone)'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정권을 잡으면 가장 먼저 폐기할 대상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꼽은 내용이 담겨 있다.

바이든은 “나는 전 세계 지도자 6명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반응은 매우 활기가 넘쳤다”며 “미국을 예전처럼 존중받는 위치로 되돌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바이든은 이날까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 등과 통화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트럼프에 이은) 다음 대통령은 분열된 미국과 혼란스러운 세계를 물려받을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우리가 전 세계 동맹과 친구들에게서 받은 (당선 축하) 환영은 진짜였다”고 했다.

바이든은 이날 “나는 답신을 해야 할 많은 전화가 있다”고도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선언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이 유럽 국가 외에도 다른 동맹국 정상들과 통화를 계획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 정상들과도 조만간 통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통화에서 존슨 영국 총리는 내년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정상회의에 바이든 당선인을 초청했고, 메르켈 독일 총리는 대서양 연안 국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과 기후변화, 안보, 테러와의 전쟁에서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유럽 지도자들이 트럼프가 무시했던 기후변화와 동맹 강화 의제를 앞다투어 내놓은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7일 대선 승리 연설에서도 “미국이 다시 세계에서 존경받게 하겠다”며 “나는 미국이 전 세계의 등불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모범을 보여주면서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중심을 동맹 회복에 두고 미국이 먼저 모범을 보이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