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최근 ‘숙청’의 칼을 휘두르는 것은 대학 미식축구팀 선수이자 유튜브 스타 출신인 30세의 백악관 인사수석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직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해고했고, 국방부·국토안보부·국제개발처의 고위직 여러 명도 해임했다. 이 일을 30세의 존 매켄티 백악관 인사수석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존 매켄티 백악관 인사수석이 지난 9월 미국 워싱턴에 있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매켄티는 올여름부터 행정부 고위직 100여명을 상대로 한 1대1 인터뷰를 통해 충성심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가려냈고, 트럼프에게 직접 보고를 해왔다고 한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가 확실해진 뒤에도 연방정부 공무원들에게 바이든 인수위와 협력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워싱턴포스트는 6명의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매켄티가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새 일자리를 알아보는 ‘불충’한 사람들을 축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의 숙청 작업이 트럼프의 마지막 정책 추진에 방해되는 사람들을 제거하기 위한 것인지, 단순히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내보내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이 신문은 또 매켄티가 충성파에게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매켄티는 트럼프 충성파인 데빈 누네스 전 하원 정보위원장의 수석보좌관을 지낸 공화당 당직자 마이클 엘리스를 최근 국가안보국(NSA) 법률자문 역으로 앉혔다. 이는 정무직이 아니라 공무원 신분이 보장된 자리여서 나중에 바이든 행정부도 그를 해임하기 어렵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매켄티가 "선거운동을 함께한 동지들에게도 백악관 내부의 일자리를 보장해 주기 원한다”고 전했다.

1990년생인 매켄티는 코네티컷대 미식축구팀 쿼터백이었던 2011년 먼 거리에서 공을 던져 친구가 읽는 잡지를 정확하게 맞히는 등의 ‘묘기’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유명해졌다. 48시간 만에 700만명이 그 동영상을 봤고, 이후 그는 폭스뉴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관리하는 조연출로 고용됐다.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매켄티는 2015년 7월 트럼프의 대선 출마 선언에 반해 트럼프 캠프에 합류하려고 무작정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답장이 계속 없자 그는 “이런 이메일에 답장해 주는 사람도 필요하지 않냐”고 제안해 마침내 캠프에 합류했다. 매켄티는 선거운동 기간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트럼프가 현지 음식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때마다 렌터카를 끌고 가서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이나 맥도널드에서 음식을 사 날랐다고 한다.

트럼프는 매켄티의 충성심을 높이 샀고, 2017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며 그를 ‘개인 비서’로 임명했다. 존 켈리 당시 비서실장이 매켄티의 온라인 도박 빚을 찾아내 2018년 3월 그를 백악관에서 쫓아냈지만, 매켄티는 곧바로 다시 트럼프 재선 캠프에 합류했다. 이후 트럼프는 지난 2월 매켄티를 백악관 인사수석으로 다시 불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