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대선 결과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코로나 백신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AFP 연합뉴스

두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74) 미 대통령이 지난 5일과 13일 각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두 날 모두 그가 “이번 선거는 사기”라며 최근 치러진 대선 결과에 대해 불복 입장을 드러낸 건 똑같았다. 유일하게 달라진 게 있다면 자신의 패배가 기정사실화된 이후인 13일의 트럼프(오른쪽) 대통령의 머리가 8일 만에 노란색에서 은색으로 금방 세 버렸다는 점이다.

16일(현지 시각) 미국 등 해외 소셜미디어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달라진 머리색이 화제가 되고 있다. 평소 금발의 머리카락을 풍성하게 부풀려 이를 한쪽 방향으로 고정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던 트럼프의 머리색이 은발로 변했기 때문이다. 13일 트럼프의 연설을 지켜본 영국 BBC 기자 에밀리 메이틀리스는 트위터에 “(트럼프) 연설의 목소리와 속도는 그대로지만, (트럼프의 머리색이) 눈에 띄게 희끗해졌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색이 바뀐 데 대한 해외 네티즌 반응. /트위터 캡처

급격히 달라진 트럼프의 머리색을 두고 여러 추측도 나온다. 한 미국 네티즌은 트위터에 “트럼프가 아무렇지 않은듯 대선 불복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패배와 퇴임 이후에 대한 걱정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 아니냐”고 적었다. 또 다른 이는 “은발 머리로 측은함을 연출해 동정 여론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놨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측에선 조롱을 퍼붓기도 한다. 미국의 한 군소 언론사 편집장은 “트럼프 자신은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아도, 트럼프의 머리색만은 (패배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한 네티즌은 “트럼프가 점차 바이든으로 변신해 나타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9일(현지 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선 승리 선언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가 은발 머리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3월 코로나 브리핑 때 은발 머리를 하고 나타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당시 해외 패션지 보그는 “위기에 직면한 트럼프가 품위있는 모습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란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내 금발 머리로 돌아갔다.

트럼프의 머리색 변화가 화제를 만든 건 그의 금발 헤어스타일이 20대 때부터 유지해왔던 트레이드마크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던 부동산 개발업자 때부터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같은 헤어스타일을 고수했다.

백악관 내부 사정 폭로서 ‘화염과 분노’에 따르면 트럼프가 이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데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 이 책은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가 친구들에게 “(아버지의) 머리카락 한 올 없는 정수리를 앞과 옆머리를 끌어모아 가린 다음 앞으로 내려서 고정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트럼프의 탈모 증세를 암시했다. 미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에 따르면 트럼프가 2018년 프랑스의 미군 묘지 참배 일정을 돌연 취소한 것도 “비가 와서 헤어스타일이 망가질까봐”였다고 한다.

트럼프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약점을 보완해주는 헤어스타일을 강하게 아끼는 만큼, 그의 갑작스런 머리색 변화에 모종의 정치적 메시지나 굳은 심경 변화가 담긴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온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올백 스타일을 하고 있는 트럼프. /AP 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헤어스타일 자체에 변화를 준 적도 있다. 작년 6월 트럼프는 버지니아주의 자신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후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러 인근 교회를 방문하는 자리에서 머리칼을 모두 뒤로 빗어 넘긴 올백 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야구 모자를 쓰고 있던 트럼프가 모자를 벗자 올백 머리가 드러났었다. 당시 골프를 치고 바로 오느라 머리를 정돈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선거 운동 때 “지금 머리는 손질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올백 스타일’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