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에서 백발로 바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일 선거 불복을 언급하고 있는 가운데, 미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후보자가 공화당 의원들의 잇단 반대 선언으로 탈락 위기에 몰렸다. 트럼프는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레임덕’의 그림자가 백악관을 덮친 것이다.

16일(현지시각)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라마 알렉산더 공화당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주디 셸턴 연준 이사회 후보자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알렉산더 의원은 셸턴의 인준에 반대하지만 표결에 참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셸턴에 대한 인준 표결은 오는 18일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디 셸턴 미 연준 이사 지명자 /C-SPAN 캡처

이에 따라 셸턴 인준에 반대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수전 콜린스·밋 롬니 상원의원에 이어 총 3명이 됐다. 현재 공화당이 총 100석의 상원 중 53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3명의 이탈로 안정적 과반(51석)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더힐은 여기에 릭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이 코로나 확진자와의 밀접 접촉을 이유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경우 공화당이 끌어모을 수 있는 최대 찬성 표는 49표이다. 민주당은 현재 47석에 공화당의 콜린스·롬니 상원의원까지 규합하면 49표를 만들 수 있다. 공화·민주가 모두 49석으로 동률을 기록할 경우엔, 상원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아슬아슬하게 셸턴의 인준은 성공할 수 있기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로선 사실상 레임덕만 가속화되는 굴욕을 겪는 것이다. 만일 공화당 내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이탈할 경우엔 인준에 실패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유럽부흥개발은행 미국 상임이사 출신이자 자신의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셸턴을 이사 후보로 지명했다. 셸턴은 비주류 경제학자로 달러와 금의 가치를 연동하는 고정환율제인 금본위제를 지지하며,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이 필요한지에도 의문을 제기해왔다. 현재의 연준 통화정책 및 주류 경제학과 동떨어진 금본위제는 1971년 공식 폐기됐다. 과거에는 저금리 정책을 비판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지지하자 제로(0%) 금리를 옹호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셸턴은 7월 상원 은행위 표결도 가까스로 통과했다. 민주당 12명 전원이 반대했지만 공화당 13명 전부가 찬성표를 던졌다. 상원 재정위원회 소속 론 와이든 민주당 의원은 “셸턴의 생각은 너무 이상하고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며 “그에게 통화 정책 권한을 주는 건 중세 (시대에 외과의사 역할을 한) 이발사에게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맡기는 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