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마다 실시하는 개표 결과 최종 인증(certification) 작업을 막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공화당이 모두 장악한 미시간주의 상원 다수당 대표와 하원의장을 백악관에 초청해 주(州)차원의 인증을 하지 말고, 공화당 주 의회가 직접 선거인단을 뽑아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또 흑인 유권자들이 많아 바이든이 크게 이긴 대도시가 낀 선거구들에서 재검표와 인증 과정 중단 등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3일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트럼프가 각각 획득한 선거인 수는 306명 대 232명. 그러나 각 주는 이 결과를 자체 마감일까지 인증해야 한다. 그리고 늦어도 12월8일까지는 연방 의회에 인증 결과와 이에 따라 확정된 주(州)의 선거인단 명부를 제출해야, 그 선거인단을 인정받는다. 이렇게 확정된 주(州)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은 12월14일 각 주에서 선거 결과에 따른 투표를 다시 하며, 이 투표용지는 당연직 연방 상원의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주재 하에 내년 1월6일 워싱턴 DC의 의회에서 개표된다. 또 한 후보의 당선이 “명백해진” 12월8일 이후엔,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법에 따라 바이든에게 정권이양 소요자금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트럼프로선 보름 여 기간, 이 인증 절차를 최대한 지연하겠다는 것이다. 대선 전부터, 트럼프가 선거 결과 불복(不服)시 취할 방안으로 예상됐던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미시간 주 의회에 “직접 선거인단 뽑아달라”
바이든이 15만 표 차이로 이긴 미시간 주(선거인단 16명)에서, 트럼프 진영은 흑인이 많은 디트로이트 시가 속한 웨인 카운티의 인증을 놓고 맞붙었다. 바이든은 이 카운티에서 무려 70%의 지지를 받았다. 디트로이트는 95%가 바이든 표였다.
웨인 카운티의 인증위원은 공화·민주 각2인. 그런데 공화당 인증위원들은 오락가락했다. 처음엔 당선 결과가 바뀌지 않는 범위 내에서지만 정산(精算) 과정에서 ‘불일치’가 확인되자 인증을 거부했다가, 주무(州務)장관이 이들 불일치 선거구를 감사한다는 조건으로 인증했다. 이후 트럼프가 공화당 인증위원 중 1명에게 전화를 걸고 나자, “인증을 철회하겠다”고 번복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철회할 방법이 없고, 이제 인증 과정은 양당 각2인이 관리하는 주 차원으로 넘어갔다. 트럼프 측은 웨인 카운티에서 제기했던 부정선거 관련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공화당 주 의회 지도부를 초청했다. 아예 주 차원의 인증을 무효화하고, 주 의회가 나서서 ‘공화당’ 선거인단을 선출하도록 요청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미시간 주의 상원 다수당 대표(공화)인 마이크 셔키는 19일 “의회가 직접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바이든, 조지아 ‘2차 수(手)개표'서도 승리...트럼프의 ‘인증 중단’ 소송은 기각돼
조지아 주(선거인단 16명)의 인증 마감일은 20일이다. 조지아 주무장관 브래드 래펀스퍼거(Raffensperger)는 트럼프 측의 요청에 따라, 지난 13일부터 1주일에 걸쳐 159개 전(全)카운티에서 모든 투표 용지를 수작업으로 재검표했다. 그 결과 4개 카운티(트럼프가 3개 카운티 승리)에서 개표되지 않은 투표용지 뭉치가 발견됐지만, 바이든 당선이란 결과를 바꾸지는 않았다. 대부분 카운티에서 재검표 결과는 1차 개표 때와 한자릿수 차이를 보였다.
19일 주 정부는 “바이든이 (주 전체에서) 1차 개표때 1만4000여 표 앞섰고, 2차 수개표에서도 결국 1만2284표 차로 앞섰다”고 발표했다. 공화당원인 래펀스퍼거 주무장관은 “개표 결과를 인증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측은 “조지아주가 부재자투표 용지의 서명을 확인하는 룰을 새로 바꿨다”며 인증 중단을 요청하는 소송도 냈다. 그러나 트럼프가 임명한 연방 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바이든이 이긴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에서도, 공화당 지부는 피닉스가 포함된 카운티의 인증 연기 소송을 냈지만, 19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규모 부정” 입증할 한 방 없는 한…
트럼프 측 변호사들은 23일이 인증마감일인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에서도, 주 정부가 개표 결과를 인증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바이든이 이긴 네바다(6명)와 위스콘신 주(10명)의 인증마감일은 12월1일. 트럼프 진영은 민주당 강세 지역인 위스콘신 주 밀워키와 데인 카운티에서 자비(自費)로 300만 달러를 제공하며 재검표를 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여러 곳에서 트럼프의 ‘인증 지연’ 전략이 좌절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일부가 거듭 주장해 온 “대규모 투표 부정”의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한, 선거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12월8일까지 트럼프는 이 지연 작전을 고집할 것이다. 바이든의 정권 이양작업이 앞으로도 결코 순탄하지 않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