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는 여성들이 외교·안보와 경제의 주축을 담당하고, 중남미 출신의 라틴계가 미국 국경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이 실제 미국과 가장 비슷한 ‘다양성 내각’을 갖추겠다고 공약한 것처럼 여성이 내각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흑인과 이민자 출신 등 소수 인종들이 주요 직책에 기용된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23일(현지 시각) 인수위 웹사이트를 통해 애브릴 헤인스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지명했다. 국가정보국은 CIA를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 17개를 총괄하는 곳으로, 여성이 이곳의 수장이 되는 것은 처음이다.
만약 미국 언론 예상대로 바이든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에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이 지명될 경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국방과 정보의 최고수장 자리에 모두 여성이 올라서게 된다. 바이든은 재무부 장관으로도 여성인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명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바이든은 또 흑인 여성으로선 최초로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전 국무부 아프리카담당 차관보를 유엔 대사로 지명했다. 바이든은 유엔대사 자리를 장관급으로 격상해 국가안보회의(NSC) 참석 대상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까지 포함할 경우 여성이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지금껏 내각에서 여성 비율이 가장 높았던 미 행정부는 빌 클린턴 행정부 2기로 41%였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선 이 비율이 50%를 넘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 바이든 당선인 인수위 고위직에서 여성 비율이 53%에 달한다고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초기 내각에선 여성의 비율이 26%였고, 지금은 벳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 일레인 차오 교통부 장관, 지나 해스펠 CIA 국장 등 여성 3명만이 각료급으로 일하고 있다.
바이든은 또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쿠바계 이민자 출신인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전 국토안보부 부장관을 지명했다. 지금껏 라틴계가 미국 이민 정책과 국경문제를 책임지는 국토안보부 장관이 된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남미 이민자들의 불법 입국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거대한 국경 장벽 건설을 밀어붙였고, 국경에 미군을 보낼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마요르카스 임명은 트럼프와는 다른 이민 정책을 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