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한 달여 만에 조지아주 상원 결선 투표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맞붙었다. 조지아주 상원 결선은 차기 연방 상원 의회의 다수당을 결정하게 될 선거다. 트럼프는 5일(현지 시각) 조지아 남부 발도스타에서 대선 패배 후 첫 대중 유세에 나섰고, 4일엔 오바마가 조지아 유권자를 상대로 대선 후 첫 유세를 펼쳤다. 지난달 3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 선거 결과 조지아에선 모든 후보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해 주(州)법에 따라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남부 발도스타에서 대선 패배 후 상원 선거 공화당 후보 지지를 위한 첫 유세를 갖고 1만여 군중에게 엄치를 치켜들어 보이고 있다.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도 모처럼 유세에 동행했다.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트럼프는 이날 저녁 군중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1시간 40분간 연설했다. 그는 “조지아 결선은 우리가 사회주의 국가에 살지, 자유 국가에 살지 결정한다”며 “조지아를 그들(민주당)이 또 훔치게 놔둔다면 여러분은 (부끄러워) 거울 보기도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연설 대부분을 자신이 대선에서 이겼지만 선거 부정으로 결과가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유세 전 공화당 소속의 조지아 주지사에게 전화해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고 압박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도 이날 동행했다.

전날 오바마는 코로나 확산 우려로 화상으로 대체한 유세에서 “(조) 바이든 정권의 운명이 이번 조지아 선거에 달렸다”면서 “여러분 목숨이 걸린 것처럼 투표하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전날인 지난달 2일 조지아 주도 애틀랜타 유세에서 조 바이든 후보 지지 연설을 하는 모습. 지난 4일엔 조지아 상원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 지원을 위해 화상 유세에 나섰다.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오는 1월 3일 개원하는 연방 의회는 상원 다수당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출범한다. 1월 5일 조지아주 결선투표를 해야 조지아주 상원 2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11월 선거 결과 공화당이 50석, 민주당이 48석을 확보한 상태다. 공화당은 조지아에서 1석만 더 확보해도 다수당이 된다. 반면 민주당이 2석을 모두 가져온다면 50대50 동률이 돼, 상원의장이 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캐스팅보트를 던질 경우 사실상 다수당 지위를 갖게 된다.

이 때문에 이번 조지아 결선이 ‘대선 후반전’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야당이 장악한 상원 의회를 만날 경우, 초기 내각 구성부터 증세·환경 규제 등 핵심 공약 추진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반면 트럼프는 조지아를 승리로 이끈다면 퇴임 후에도 공화당에 대한 장악력을 계속 유지하며 재기를 노릴 수 있다.

양당은 조지아에 전례 없는 인적·물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공화당은 중앙당 인력의 5분의 1이 조지아에 상주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당 지도부, 트럼프 대통령 장남까지 총출동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양당이 두 달간 조지아 결선에 쏟아붓는 정치 광고비 등이 10억달러(약 1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역사상 가장 비싼 상원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지아주 상원 결선에 나선 후보들. 왼쪽은 데이비드 퍼듀 현 의원(공화) 대 존 오소프(민주), 오른쪽은 켈리 레플러 현 의원(공화) 대 라파엘 워녹(민주) 후보. /MSNBC 화면 캡쳐

공화당의 오랜 텃밭이었던 조지아주는 최근 몇 년간 흑인·아시아계 인구가 급증하며 경합주로 바뀌었다.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은 이곳에서 1만2000여표 차로 승리했다. 이곳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긴 것은 28년 만이었다. 조지아 두 지역구의 공화당 현역 의원들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