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윌리엄 바 법무장관.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 “크게 실망했다”며 경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 장관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차남 헌터에 대한 연방 검찰의 수사착수 사실을 알고도 대선 기간 중 공개되지 않도록 했다는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분노한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바 장관이 헌터에 대한 수사를 뭉갤 것을 우려해 특별 검사 임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헌터에 대한 수사착수를 알고도 바 장관이 이를 알고도 침묵을 지켰다면 즉시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한 보수 정치평론가의 글을 리트윗하며 “대실망!”이라고 적었다. 바 장관은 치열한 대선 과정 중 공화당 인사들이 수사와 관련한 정보를 요구하면서 압력을 행사했지만, 정보의 공개를 막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 장관은 2016년 트럼프 대선캠프의 러시아 내통의혹 특검 수사 결과를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발표해 왜곡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트럼프의 충복으로 알려진 바 장관이 대선 기간 중 트럼프에게 가장 유리한 정보를 숨긴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왜 빌 바 법무장관은 진실을 대선 전에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았나"며 비난하는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트윗에서 “왜 바는 헌터에 대한 진실을 대선 전에 대중에 드러내지 않았나. 바이든은 잘못된 게 없다고 토론 무대에서 거짓말했다”면서 “바 장관이 선거에서 공화당에 큰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이 되면 헌터나 바이든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바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바 장관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고, 바 장관이 트럼프 퇴임전에 조기 사퇴할 수 있다는 보도에도 격분했다고 전했다. NYT는 최근 바 장관이 올 연말에 사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바 장관의 교체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실제로 이를 강행할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헌터 사건을 수사할 특별 검사 임명에 관심을 보였다고 WSJ가 이날 보도했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사람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부정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을 추진하는 것에 관심이 있고 빨리 조치를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바 법무장관이 헌터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특검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 법무부 규정상 특검은 법무장관이 임명한다. 바 장관의 측근들은 그가 누군가를 특검에 임명할 것 같지는 않다고 WSJ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검 임명 요구를 바 장관이 끝까지 거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바 장관을 전격 경질할 수도 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트럼프의 미움을 사고 있는 바 장관을 비롯해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언제 잘릴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 매체에 “(트럼프의 막판 변덕으로) 가장 긴 달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