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밀러 미 백악관 선임 고문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14일(현지시각) 선거인단 투표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공식 대통령 당선인으로 선출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측은 ‘대안 선거인단(alternate electors)’을 구성해 자신들의 승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합법성을 공격하고, 자신들의 지지층들로부터 계속 지원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팀은 바이든이 승리한 주요 주(州)에서 대안 선거인단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우리는 이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의회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대안 선거인단)는 모든 우리의 법적 조치가 (가능성이) 열린 상태를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 매체 복스는 트럼프측이 선택한 선거인단이 조지아주와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네바다, 미시간주 등 트럼프가 졌던 경합주에 모여 투표를 했다고 전했다.

당연히 트럼프측이 구성한 ‘대안 선거인단’은 어떤 법적 권한도 없다. 복스는 트럼프측이 이 같은 사실상의 ‘쇼’를 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아직 기회가 있는 것처럼 인식시키고, 앞으로 계속될 대규모 기금 모금 등의 동력을 얻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측은 지난 2017년 자신의 취임식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취임식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다는 거짓 주장을 하면서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란 신조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 사진으로만 봐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취임식보다 훨씬 적은 인파였지만, ‘대안적 사실’이라며 자신들이 더 많다고 주장한 것이다.

오바마에게 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트럼프를 위해 참모들이 ‘대안적 사실’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창조한 것이다. ‘대안적 사실’로 시작한 대통령직이 ‘대안 선거인단’으로 마무리되는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8일(현지시각) 인수위원회 사무실이 마련된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시어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측의 이 같은 몽니에도,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를 통해 발표한 연설문에서 “우리 국민은 투표했고 제도에 대한 신념은 유지됐다”며 “선거의 진실성은 온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인의 심장 깊이 뛰고 있는 것은 바로 민주주의”라며 “오래전에 이 나라에 민주주의의 불꽃이 타올랐고 어떤 것도, 심지어 전염병이나 권력남용조차도 이 불꽃을 꺼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각종 소송전과 심지어 ‘대안 선거인단’을 구성해 선거 불복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미국인의 영혼을 위한 이 전투에서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며 “나는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 내게 투표한 사람은 물론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