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무장관에 사상 처음으로 원주민 출신이 기용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뉴멕시코주에 지역구를 둔 여성 연방하원의원인 뎁 할랜드(60)를 내무장관으로 지명할 예정이라고 CNN 등이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그가 지명돼서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면 미 역사상 처음으로 통상 ‘인디언’이라고 불려온 원주민 출신 연방 각료가 탄생한다.
할랜드는 앞서 2018년 중간선거에서 캔사스주의 셔리스 데이비스 후보와 함께 원주민 출신으로 처음 연방하원에 입성했고, 이번 선거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민주당 뉴멕시코 지역당 의장을 맡는등 지역 기반이 탄탄하고, 여러 인터뷰에서 장관직 수락에 대한 의욕을 보여 일찌감치 내무장관 기용 가능성이 점쳐져왔다.
AP는 내무장관은 미국 전역의 원주민 부족뿐만 아니라 공공 대지, 수로, 국립공원과 광물 등에 관한 업무를 맡는다고 전했다. 그동안 원주민들은 주로 보호구역에 거주하면서 각종 제도와 혜택에 소외돼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코로나 창궐 국면에서도 의료체계가 열악한 보호구역 거주 원주민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군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할랜드 역시 과거 푸드 스탬프(저소득 영양지원)에 의존한 저소득 출신으로 알려져있다. 바이든의 승리에는 원주민들의 몰표가 적지 않은 보탬이 됐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해왔다. 특히 경합주인 위스콘신과 네바다주에서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거둔 것은 이곳에 다수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표가 큰 보탬이 됐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지난 10월 최대 규모 인디언 보호구역인 나바호 네이션이 있는 네바다주를 찾아 원주민 부족장들과 만나 복지 제도 향상과 고위직 기용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또 환경보호청(EPA) 청장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환경 장관인 마이클 리건(44)을 지명할 예정이라고 공영 라디오 NPR 등이 보도했다. EPA 청장에 내정된 리건 역시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면 최초의 흑인 청장이 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리건은 기후변화와 싸우고 녹색 에너지를 포용하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약속 실현에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차량 연료효율 표준 입안, 발전소와 연료시설의 배출 감독, 오염지역의 정화 임무를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환경 보호보다는 개발과 산업에 방점을 찍었던 트럼프 행정부 정권의 기조를 바꾸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